[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ING생명의 매각이 윤곽을 드러냈다.
ING생명의 한국법인 및 동남아법인 매각에 국내외 금융회사 6~7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산 규모 국내 생보업계 5위인 ING생명 한국법인을 둘러싸고
KB금융(105560)지주와 AIA생명 등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여러 돌발 변수가 있어 예측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본입찰 이후의 실사작업과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 그리고 매각협상 등 관련 절차를 지켜봐야 새로운 주인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ING생명 인수전 본격화..'韓법인 인수'에 관심 집중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KB금융지주와 외국계 생보사인 AIA생명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말레이시아·태국을 포함한 동남아법인 본입찰에는 대한생명, AIA생명 등 3개사가 뛰어 들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ING생명 아태법인 가운데서도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권인 ING생명 한국법인에 모아지고 있다.
ING생명 한국법인은 총자산과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국내 생보업계 5위권이다.
KB금융지주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KB생명은 약 30조원의 자산 규모로 단숨에 업계 5위권으로 오르게 된다. 또 방카슈랑스에 강점이 있는 KB생명과 고소득 전문직 영업에 강한 ING생명의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생명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에 이번 ING생명 인수가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반면, AIA생명이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이 되면 현재 중하위권에서 4위권 생보사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AIA생명이 아시아태평양 법인을 일괄 인수를 하면 지역에서 1위 생보사의 지위를 굳힐 수 있다.
시장에서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로 3조4000억원, 홍콩·말레이시아·태국 법인 인수가는 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A생명, 일괄 인수에 유리..ING생명 노조 반대가 변수
생명보험 업계는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과 관련해 KB금융지주보다는 AIA생명의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ING그룹이 아시아·태평양본부에 속한 한국과 홍콩 등을 일괄매각이 아닌 동남아법인을 분리 매각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한번에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생명보험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격 협상이 들어가겠지만,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전체 회사를 사려는 쪽에 우선권을 줄 것 같다"며 "ING생명 아태법인 가운데 한국법인이 가장 좋은데 한국만 매각하면 나머지는 매각하지 못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NG생명 한국법인 노동조합의 반대가 최대 '걸림돌'이다.
현재 ING생명 한국법인 노조는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 결의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노조는 ING생명이 그동안 배당금 등으로 한국에서 많은 돈을 빼갔다는 이유로 외국계 자본이 다시 새 주인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무영역이 겹치는 AIA생명이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이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돼 반발하고 있다.
◇KB금융, 우리금융 인수로 무리한 가격 배팅 어려워
KB금융지주의 경우 KB국민은행과 ING생명 한국법인 양쪽 노조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금융(053000)지주 매각 참여로 ING생명 인수에 무리한 인수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수 가격이 맞지 않은면 무리하게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 13일 열린 KB금융 이사회에서도 적정가 이상을 써내는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3조원 밑으로 배팅했다는 말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반면, 인수를 희망하는 KB금융지주 내 은행뿐 아니라 인수를 당하는 ING생명 노조의 우호적인 입장은 인수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KB생명 자체 인원이 100명밖에 안되는데다 ING생명에서 온 직원들도 많다"며 "비은행간 인수합병은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ING생명 역시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라며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으면 KB국민은행 노조와 같이 최대한 맞춰서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