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뒤져보자"..금융권 '호시탐탐' 노리던 공정위의 무리수?

금융권 "금융권에 영향력 행사한다는데 의미 둔 듯"
은행 아닌 증권사부터 조사..무리한 조사 의혹 키워
금감원도 조사 사실 몰라 '뒷통수'..공정위는 '침묵'

입력 : 2012-07-18 오후 4:19:5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조사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의 타깃이 된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은 금리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1년여간 CD발행이 거의 없었고, 은행들이 이득을 볼 상황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동반성장 등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국내 기업들을 마음껏 주물러온 공정위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손 대보지 못한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공정위와 시중은행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날 오전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은행 등 시중은행과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의 서울 사무소 자금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방문, 조사했다.
 
공정위는 은행의 CD연동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CD금리를 담합했을 것으로 보고, 전날 10개 증권사를 방문조사한데 이어 이날 시중은행들도 CD금리 조작으로 이득을 봤을 것으로 판단, 대거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국책은행으로 사실상 CD금리에 영향을 줄수 없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중은행에 공정위 조사관이 들이닥친 셈이다.
 
◇ "은행 한 번 뒤져보자"는 심리 컸을 것
 
공정위의 조사에 증권사와 은행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사를 받지 않은 국책은행 관계자들까지도 "금리담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받은 은행 중 최근 4년간 CD를 발행한 적도 없는 은행도 있을 정도로 최근 은행들은 CD발행보다는 다른 루트로 자금을 운영해왔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은 구조상 담합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할 정도인데 공정위가 왜 동시다발적으로 대거의 조사인력을 투입했는지도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가 그동안 은행권을 손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이참에 한번 뒤져보자는 판단이 컸을 것으로 본다"며 "담합조사는 명분이고, 사실은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은행들의 각종 수수료 인상과 인하시에 담합여부를 조사하고 싶었지만, 금융사들의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의 감독영역이기 때문에 조사자체를 시도하지 못했다.
 
최근 CD금리문제가 화두가 된 만큼, 이번 기회에 금융사를 한 번 살펴보자는 심리가 약간의 무리수를 둔 조사로 이어지게 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가 있기 며칠 전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CD금리 산정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이 금리조작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챙긴 리보금리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CD금리 산정구조도 리보금리의 구조적 문제점과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사실상의 대출이자 수익을 챙기는 은행을 먼저 조사하지 않고, 증권사부터 뒤졌다는 점도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D를 발행하는 은행이 아니라 CD시장에 참여만 할 뿐인 증권사들을 먼저 뒤진 것을 보면 공정위가 담합문제가 아니라 금융권 자체를 타깃으로 한 '무작정 조사'를 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침묵' 원칙 공정위..혼란 가중
 
이날 현장에 수십명의 조사관들을 투입한 공정위는 아직까지도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조사를 할 때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조사와 관련된 공표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그러나 이미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언론과 시장에 공정위의 조사사실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황에서 공정위의 침묵은 오히려 공정위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시장의 불안과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사전에 조사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한 금융감독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CD금리 체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던 중 공정위에서 조사가 나갔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와 협의도 없었다.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형배 공정위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기업조사에 대해서는 사실여부를 언급할 수 없다"며 "혐의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무혐의로 나타날 경우 주가 등 기업이 입는 피해가 커질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담합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카르텔총괄과 담당자는 이날 하루종일 회의중이라며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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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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