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10곳 중 6곳이 본국에 비해 국내 조세환경이 열악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조세정책이 증세로 방향이 전환될 경우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곳도 70%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외국계기업 16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조세환경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본국과 비교한 국내 조세환경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8.9%가 '열악한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답변은 29.7%였고, '본국보다 나은 수준'이라는 답변은 11.4%에 그쳤다. 국내의 조세환경에 대한 전반적 평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8.0%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특히 향후 조세정책 방향이 증세기조로 전환될 때 사업체 철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69.0%가 '경영 부담이 커지면 철수도 신중히 고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 R&D 세제지원 확대 등 현 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감세정책이 기업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76.6%, '부정적'이라는 답은 2.5%로 조사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각종 증세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소득세율 인상안', '법인세율 인상안', '연구개발(R&D) 등 비과세 혜택 축소안'에 대해 각각 82.2%, 78.5%, 75.0%의 기업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낯선 환경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조세정책 방향이 감세기조에서 증세로 급선회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외국계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라도 조세정책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관련 증세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정책 및 조세행정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이 '잦은 세법 개정'(57.0%)을 들었다. 이어 '불명확한 세법해석의 어려움'(21.9%),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12.5%), '외국인 전담인력 부족'(7.5%)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조세행정 제도로는 '수평적 성실납세제도'(40.4%)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세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조세정책의 일관성 유지'(31.6%), '각종 규제 및 절차의 선진화'(25.3%), '법인세 감면 등 조세지원'(24.7%), '외국인 및 외국법인에 대한 전담인력 양성'(15.8%), '정책 간담회 및 설명회 수시 개최'(2.6%) 순으로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외국계기업은 자본투자,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정부는 외국계기업이 국내에서 보다 활발하게 투자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세감면, 조세행정 선진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정치권의 증세, 특히 법인세 강화 움직임에 대응할 논거를 위해 외국계 기업의 자사 이해적 관점을 이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