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열린 고용'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졸 취업에 발벗고 나섰지만, 채용 실적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졸자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곧장 취업 현장에 발을 들이더라도 열악한 처우·직장내 차별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 제도 보완 및 전반적인 고용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288개 공공기관의 고졸자 정규직 채용은 577명으로 연간 목표의 23.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치 2508명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이 기간에 대졸자 채용은 7510명이나 이뤄졌다. 대졸 채용은 연간 목표치인 1만2761명 중 58.9%의 달성률을 보여 고졸자 채용과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
고졸 채용은 인기 공공기관일수록 더 저조했다. 한국전력공사 등 28개 공기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83개 준정부기관의 고졸 채용률은 각각 19.1%, 18.0%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대병원 등 117곳의 기타 공공기관은 38.3%의 고졸 채용률을 기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1500여명이 고졸인턴으로 근무 중인 상황과 하반기 정규직 전환계획 등을 고려할 경우, 상반기 실질적인 고졸자 채용은 1300여명에 이르러 당초 계획의 52.8%를 기 달성했다"면서도 "고교 교과과정상 1학기 채용이 힘들어 상반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고 인정했다.
국내 민간 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년 전에 비해 고졸 채용을 확대했다고 답한 기업은 21.0%에 그쳤다.
기업 규모 별로는 대기업 24.0%, 중소기업 17.9%가 고졸 채용을 늘렸다고 답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고졸 채용이 역시 저조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고졸 채용규모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3.5%가 '변화없다'고 답해 '열린 고용'의 갈 길은 먼 것으로 나타났다. 또 2~3년 전에 비해 고졸 채용을 줄였다고 답한 기업도 5.5%나 됐다.
무엇보다 고졸자들이 막상 취직을 해도 취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아 열린 채용 안착은 묘연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열린 채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벽 중 하나로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꼽았다.
실제 올해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 군(19)은 IT 관련 중소기업에 올 초 입사해 일을 시작했지만, 열악한 처우과 직장내 보이지 않은 차별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김 군은 "취직을 했지만 적은 급여와 직장 내 학력 편견 등으로 업무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며 "대학에 진학해 대졸자 신분으로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고졸자와 대졸자가 같이 일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보니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그룹화가 형성돼 서로에게 무관심할 뿐더러 직장 내 차별이 존재한다"며 "소통의 부재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변양규 실장은 "임금체계 또한 아직까지는 직급제 보다는 연공형 임금제도가 많아 대졸자와 고졸자의 출발점 자체가 차이나는 현실"이며 "학벌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 풍토가 고졸 채용을 어렵게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은 고졸 채용의 확산을 위해 좀 더 제도를 보완하고, 고졸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찾을 수 있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고졸자들이 채용 이후에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고용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세미나에서 "현재 90% 가까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고졸 취업붐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다"며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인 학력 인플레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