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70%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불필요한 회의가 참석자의 직급과 이름만 바꿔서 반복적으로 열릴 때가 많고, 회의의 내용도 상명하달식이거나 성과를 얻어내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장·차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참석해야할 각종 회의가 줄지어 예정돼 있고, 최근 들어서는 있던 회의도 이름을 바꿔 새로운 회의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회의라는 것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야 하루에도 몇번씩 한다고 해도 불만이 있는 이가 없겠지만, 장·차관들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들은 그 생산성에 의문부호가 떠나질 않고 있다.
지난주 장관급회의로 새롭게 신설된 경제활력대책회의는 그 정체성을 이해하기 어려운 회의다.
일주일 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끝장토론의 결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보여지지지만 그동안 숱하게 열린 장관급 회의와 차별화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비상경제대책회의, 위기관리대책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끝도 없는 장관급 회의들이 대부분 경제를 살리겠다며 수십차례 열렸지만 결론은 아직도 "경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활력대책회의는 그 내용에서도 불과 며칠 전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실국장들이 모인 내수활성화 대책회의에서 더 발전되지 못했다.
같은 내용과 같은 대책으로 참석자의 직급만 차관과 실국장들에서 장관들로 격상되어 다시 회의가 열린 것 뿐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방안은 8월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시간표만 짜 놓은 채 여전히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고, 내수활성화를 위한 대책이라고는 골프장 세금을 인하하거나 휴가를 빨리 다녀오라는 등의 쥐어짜내기식 결과가 상당수였다.
경제활력대책회의가 새롭게 생기면서 정부가 올해 최대 목표로 삼았던 물가안정을 위한 물가관계장관회의는 매주회의에서 격주회의로 중요도에서 밀려났다.
장관들도 몸이 두 개는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회의를 하루에 두세번씩 할수는 없었을 터.
회의의 신설폐지가 쉽게 이뤄지는 것 처럼, 회의의 이름을 바꾸는 이유도 참으로 가볍다.
지난해 5차례 운영되던 재정위험관리위원회는 올해 들어서는 재정관리협의회로 이름을 바꿨다.
회의의 주제와 내용은 같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굳이 '위험'을 강조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제 더 갖다붙일 이름조차 생각하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참 잘도 이름을 만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유럽위기에 따른 여파가 생각보다 깊다고 한다. 하반기 2%대 성장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회의를 위한 회의보다 국민을 위한 회의에 집중해야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