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쌍용` 울린 `캠코`..대주주 자격있나

입력 : 2012-07-31 오후 3:23:22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기업의 가치가 좋을 때 팔아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인데 왜 굳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헐값에 팔려고 하는지 도저히 캠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쉽게 말해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헐값에 팔아버릴 수 없지 않나! 캠코가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의도가 궁금하다."
 
20년 넘게 쌍용건설(012650)에 몸담아왔던 직원들은 속이 터진다. 쌍용건설을 위해 몸바쳐 일한 그들의 충심은 눈물로 변했다. 심지어 김석준 회장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우리 회장님이 너무 욕심이 없다. 너무 순수한 분이라 어떨 땐 화가 난다. 꼬불쳐 놓은 재산이라도 있으면 이럴 때 회사를 되사면 되는 것 아닌가."
 
무리한 요구라는 걸 알면서도 본심을 쏟아내지만 그들의 애사심은 김 회장 중심의 단합에서 나오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회사의 현재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쌍용건설의 매각작업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난 30일 이랜드가 최종견적서를 제출하면서 이제 새주인이 결정되는 분위기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주인을 맞게 됐지만 쌍용건설 직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주가가 5년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태까지 끌고온 대주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무능력은 어차피 지난 일이니 묻어두더라도 이종기업인데다 그동안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일었던 이랜드가 애지중지하는 `내 회사`를 인수한다는 게 못미더운 탓이다.
 
빚을 내서 다른 사업에 손대는 이랜드의 부채비율이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도 쌍용건설 직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쌍용건설 인수가격은 2000억원 선이다. 하지만 이는 2007년 1차 입찰때 동국제강이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자존심도 함께 추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쌍용건설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데에는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건설업계의 침체가 원인이겠지만 그 보다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캠코의 책임이 크다.
 
캠코는 경기침체를 핑계로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최대주주 캠코는 무엇을 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도 잃었으면서 이제와서 매각에 매달리는지 속내가 궁금하다.
  
업계 의견도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쌍용건설을 굳이 헐값에 팔아버리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권말기 실적을 쌓기위한 조급함 탓인지, 아니면 일각에서 떠도는 다른 정치적 거래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직원들의 울분이 결코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헐값매각이 아닌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를 먼저 회복하고 그 이후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망기업을 헐값에 넘긴다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캠코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최대주주였음에도 그동안 보여왔던 수수방관적 태도와 무기력·무능력에 대한 비난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에서 `빅5`를 제외하고 이직할 때 제대로 대우받으면서 직장을 옮기는 곳은 쌍용건설 정도다. 워크아웃 돌입 이후에도 회사를 떠난 사람은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고 5년전 매각이 본격화될 때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랜드로 새주인이 굳어지면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랜드라는 회사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다. 회사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회사의 가치가 이 정도밖에 평가받지 못한다는데는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쌍용건설의 매각작업은 이제 본격화 됐다. 최종 승인까지는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다음달 캠코는 이랜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발표하고 이랜드는 본격적인 실사를 벌일 계획이다.
 
실사 이후 최종인수금액이 정해지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절차도 거쳐야 한다. 짧게는 한두달,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부디 `윈-윈`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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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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