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특허전' 삼성 對 애플..초반 승자는?

입력 : 2012-08-10 오후 3:04:15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간 세기의 법정공방이 중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말까지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진행되는 본안소송은 그 규모만큼이나 연일 숱한 화제를 뿌리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전은 예상대로 '폭로전'으로 비화됐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내부문건을 차례차례 폭로하며 삼성의 '디자인 카피'가 고안된 전략임을 강조했고,  궁지로 몰린 삼성은 역공으로 전환하며 애플의 칼날을 피해나갔다.
  
10일(현지시간) 주요외신들은 본안소송에 대한 중간평가로 "애플은 이번 본안소송의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입을 모았다. 본안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삼성이 진 게임이란 얘기다. 실제 삼성이 소송전을 통해 입은 이미지 타격은 컸다.
 
애당초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디자인 특허 등을 물고 늘어진 이유는 본질적으로 '삼성을 멈추게 만드는 것', 그 다음으로 여타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확실한 경고장을 보낸다는 목적의식을 깔고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놓고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을 꺾기 위해선 먼저 안드로이드폰을 시장에 보급한 삼성전자를 눌러놔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미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안드로이드폰의 시장점유율은 68.1%로 애플의 아이폰을 압도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소송전을 통해 애플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애플의 주장이 연일 반복되고, 이를 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은 삼성의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카피캣'이란 부정적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애플의 든든한 우군은 자국내 미디어였다. 미국 내 주요매체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에게 불리한 사실들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며, 애플이 이번 소송의 전략으로 삼은 '이미지 깎아내리기', '카피캣 만들기'에 적극 부응했다. 애플의 자본력과 미디어의 여론전이 철저히 공조한 셈이다. 
 
일례로 미국의 거물급 코미디언인 코넌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삼성 창업주는 '스테판 잡스(Stefan Jobs)', 삼성 로고는 'SAMSAPPLE'"이라며 삼성전자를 베끼기에 치중하는 제조사로 조롱키도 했다.
 
◇7일(현지시간) NBC 코난쇼에서 방영한 삼성전자에 대한 패러디 사진.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송 과정을 통해 삼성이 자랑하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포트폴리오)에 제동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애플의 특허권 공세는 확실한 목적을 이뤘다.
 
최근 출시된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경우 일각에서는 '변호사가 만든 최초의 디자인'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로 아이폰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 특허를 피해 설계됐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법적 공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이달 중 출시될 태블릿PC 갤럭시노트10.1 또한 같은 맥락에서 크기가 다른 베젤과 제품 전면에 은색 테두리를 더함으로써 '아이패드'라는 오해를 주지 않는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타임지 또한 "이번 재판의 관건은 25억달러의 손해액 배상 여부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애플과 비슷한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있는지가 됐다"며 "삼성은 앞으로 '복사품'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디자인을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의식적으로라도 애플의 디자인과 명백한 차이를 드러내는 '차별화 압박'을 떠안게 됐다. 이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세계 정상에 등극한 삼성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인 셈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특허전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오는 9월 프랑스, 10월 일본, 11월 독일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세계 최대 IT시장인 미국의 판결이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본안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전자 '안방'에서 치러지는 국내 판결은 이달 24일로 연기됐다. 미국 소송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하겠다는 법원의 뜻이 투영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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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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