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재벌 대형마트 앞에 지역경제는 없었다

입력 : 2012-08-10 오후 3:04:18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2주에 한 번씩 일요일이면 문을 닫았던 대형마트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전국 곳곳의 지방법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 제한 조처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을 지정한 자치단체의 조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이에 전국 곳곳의 골목상권의 영세상인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상생'과 '골목상권 살리기' 등의 외침에 부푼 꿈을 안고 이제 숨통이 트이나 싶더니 되레 시름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결국 재벌 대형마트 앞에 '소상공인'도, '골목상권'도, '지역경제'도 없었다.
 
처음 대형마트에 강제 휴무일을 지정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든 곳은 지난 2월 전주시 의회였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여론의 힘이 컸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을 개정, 의무휴뮤가 시작됐다. 첫 의무휴무일인 22일에는 전국적으로 370개 마트 가운데 114개가 문을 닫았다. 이후 조례를 만든 곳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5월 말에는 문을 닫은 마트 수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들은 국민기본권과 경제활동권의 제한이라는 논리 아래 지방법원에 지차체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 휴업일 지정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6월 송파구와 강동구 상대  소송에서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 나왔다.
 
이후 전국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조례안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줄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8월 현재 전국 229개 자치구 중 106개 시·군·구에서 조례가 무효화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수는 지난 5월 전체 마트의 60%까지 올라갔다가 8월 들어 13%까지 하락, 현재는 주요 대형마트 가운데 일요일날 영업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곳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 조례안이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박탈하고 무조건 강제화하도록 규정한 점과 처분 내용 사전 통지 미흡, 마트 측 영업 영향 등에 관한 의견수렴 부재 등을 행정소송 이유로 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에 골목상권과의 상생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를 최우선 명분으로 세우며 소비자를 앞세워 약자의 입을 막고 있다.
 
상생은 있는 파이를 그냥 나눠 먹는게 아니라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눠먹을 때 의미가 더 크다.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일 집행정지가처분신청같은 꼼수를 부리지 말고, 지역 경제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 역시 기초단체에 책임을 떠밀지 말고 지자체가 좀 더 구속력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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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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