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망 사업에 더해서 콘텐츠 단위로 영역을 확대하며 기존 사업자들과 부딪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KT는 2008년 말 실시간 IPTV 서비스(olleh TV)를 개시한 이래, 지난해 초 위성방송까지 수중에 넣으면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2100만여 명)의 25%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KT 올레TV 가입자 340만 명,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340만 명으로, 이 둘의 결합상품 가입자 130만명을 제해도 500만 명이 넘는 수치다.
KT 이름으로 점유하는 가입자 비율만 놓고 보면 경쟁업체의 볼멘소리가 엄살은 아닌 셈이다.
KT가 이처럼 부상한 계기로 OTS(Olleh TV Skylife)를 꼽는 데는 업계 이견이 없다.
KT는 IPTV 출시 초엔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IPTV와 위성방송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뒤 가격을 낮춰서 판매한 OTS로 가입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KT 행보에 당장 발끈하고 나선 것은 유료방송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케이블방송이다.
이들은 KT가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시장을 교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역별 사업자인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전국권 사업자인 KT가 동일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게 애초부터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최근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분쟁'을 계기로 열린 케이블SO의 비상총회에서는 KT와 KT의 행보를 '방치'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겨냥한 지적이 다수를 이뤘다.
"방통위를 직무유기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케이블방송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스카이라이프의 DCS 기술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건 DCS가 OTS 판매를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상 위성방송의 '역무 위반'을 비판하고 있지만 내심 'KT의 시장 잠식'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블방송은 지난 6월 KT의 IPTV 점유율을 계산할 때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서를 방통위에 내기도 했다.
위성방송은 소유 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 유일한 사업자이지만 KT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이를 감안해 '규제하라'는 목소리인 셈이다.
동종업계도 KT의 영역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KT가 IPTV와 위성방송이란 두 개 플랫폼을 쥐고 있는 만큼 이를 합산해 점유율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IPTV법 개정을 잘 막아달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IPTV법 개정이 수순대로 이뤄지면 활용 여부에 따라서 IPTV 사업자 전체에 혜택이 예상되지만 당장은 수혜가 KT에 집중된다는 이유가 우선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DCS 분쟁' 당시에도 '역무 위반' 문제를 지적하며 방통위에 의견서를 낸 바 있다.
실상 KT를 견제하기 위해 케이블방송 측을 편든 셈이다.
KT의 IPTV 서비스가 눈에 띄는 콘텐츠로 승부를 갈랐다기 보다 결합상품을 이용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공정경쟁' 이슈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 기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는 점에서 업계 밥그릇 싸움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그럴수록 방통위의 교통 정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전체 시장이 흔들릴 염려가 있는 만큼 방통위가 사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