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베이비부머 은퇴자의 증가로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만 발표했을 뿐 실행은 하지 않고 있어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자영업자 경잭력 강화와 과밀업종 진입 최소화 등의 대책이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뿐인 정부대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대규모 폐업, 대출부실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경제의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 지난 7월 늘어난 취업자 수 47만명 중 40%인 19만6000명이 자영업자였다. 이는 지난 2002년 4월(22만명)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통계청과 기획재정부는 농립어업의 취업자 수가 늘어 자영업자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농림어업자 취업자 증가규모는 1만3000명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증가한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3만4000명으로 증가분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가족의 자영업을 돕는 ‘무급가족 종사자’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만1000명 늘었다. 즉, 직원을 두기 않는 1인 자영업자나 가족과 함께 사업을 꾸리는 영세사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010년 기준 2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39.1%), 그리스(35.5%), 멕시코(34.3%)에 이어 4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매년 전체사업자 수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자영업자가 새롭게 진입하고, 퇴출되고 있다.
특히 종사자가 5인 미만인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3분의1이 개업 1년 이내에 폐업하고, 3년 후 생존률은 30~40% 수준에 불과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동시에 부실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했다.
경영 사정은 악화되는데 금융부담은 늘다보니 대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1.17%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연체율 0.97%도 뛰어 넘은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가계부채 대책으로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 지원, 과밀업종으로의 진입 최소화, 한계자영업자의 전직 지원 등을 내놨다.
이를 위해 창업교육을 위한 '소상공인전문학교'를 내년까지 100개로 늘리고 '혁신형 소상공인'에게 자금, 교육지원을 집중키로 했다. 상권정보시스템 등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지원대상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 중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는 상태로 실무 차원의 협의만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자영업자 대책은 원론적 방향만 정해져 있을 뿐 세부정책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일 KDI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까지는 내수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자영업으로 수입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대출을 받아 진출한 자영업자들의 경우 고통이 가중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철저한 사업성 심사 기준을 도입하고,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며 "창업지원 정책 역시 컨설팅 중심의 창업 지원, 임금 부분으로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