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20년②)'저비용의 땅' 시대 지났다..투자환경 '악화'

신노동법 개정·세금 인상·최저임금 인상 등 투자환경 악화
전문가 " IT·친환경 신성장산업 선점 전략 구사해야"

입력 : 2012-08-24 오전 6:01: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중수교 이후 국내 기업들은 장밋빛 '차이나 드림'을 안고 앞다퉈 중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발전 뒤에는 현지에서 봉착하는 어려움도 수없이 많았다.
 
중국의 로컬기업들과의 치열한 생존 경쟁은 기본이고, 최근 중국이 신(新)노동법 개정, 외투기업 세제혜택 축소, 최저임금 상향조정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투자환경이 과거보다 많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며 기회의 땅이라 불리우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문가들은 노무 환경 등 시시각각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 맞춰 치밀한 전략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한국기업 법인 2만여개..중국 진출 '러시'
 
24일 대한무역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현재 중국에 설립된 한국 기업의 법인수는 2만2893개다. 지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100~800개의 신설 법인이 생겨났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해마다 1000~2300여개의 법인이 중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는 신설법인 수가 연도별로 1000개 아래로 떨어졌지만 중국 시장의 한국 신설 법인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삼성은 수교 이후 지난 해까지 중국에 총 105억달러(약 12조3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중국 내 외자기업 중 최대 투자 규모에 이른다. 지난 1995년 삼성 중국본사가 출범한 이후 2012년 현재 삼성 내 23개 계열사가 중국 각 지역에 155개 거점을 두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1993년 중국 후이저우에 생산법인을, 1995년에는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진출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002년 베이징현대를 설립하며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117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수교 이후 중국 현지에서의 한국 기업 및 제품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코트라가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중국진출 한국기업 320개 사와 중국 기업 502개 사를 대상으로 '2012 한·중 기업 상호 인식과 평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 상품에 대한 평가는 ‘보통 이상’(보통, 좋음, 매우 좋음)이라는 의견이 58.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 언론의 기사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화(60.4%)'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한국에 대한 인식도 중국기업의 60.7%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세제혜택↓·인건비 등↑ '산 너머 산'.."전략과 대응책 필요"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발전 뒤에는 중국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도 상당하다. 저임금·저비용 이점 때문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중국은 더 이상 저비용의 땅이 아니다.
 
최근 중국은 신(新)노동법 개정, 외투기업 세제혜택 축소, 최저임금 상향조정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내 외국인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 및 외국인에 대한 소득세·보험료 등 세법 규제가 강화되면서 외자기업들의 세금납부 부담이 커졌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기업소득세는 내·외자 기업간 차별적 세율적용을 폐지시켰고, 하이테크·중소영세기업·서부진출기업에게만 우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개인소득세의 최저 납세 소득액도 상향했고, 비교적 고소득층에 속해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납세 부담도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은 인건비가 급등하고, 물류비 등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투자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의 노무환경 변화와 재중(在中) 국내기업의 대응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임금·사회보험·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노무비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71.0%에 달했다. 이중 '20% 이상 증가했다'는 기업도 15.2%나 됐다.
 
대한상의 측은 "지난해 중국정부가 최저임금을 평균 22%이상 올렸고, 지난해 10월 북경부터 시행된 외국인 사회보험 가입의무화 등으로 복리후생비가 증가하며 노무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2015년까지 연평균 13%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노무비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오천수 대한상의 북경사무소장은 "변화하는 중국 노무환경 아래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금부담을 상쇄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 제고방안과 내수확대를 위한 유통망 및 브랜드 파워 등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핵심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인력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며 "동시에 노사협력의 새로운 바탕이 될 공회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노무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민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노무환경이 급변하면서 동북 3성을 비롯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노무자들의 인건비 폭등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임금상승 속도와 노동생산성을 고려할 때 노동집약적 업체들은 기업 이전이나 현지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임금상승, 세금혜택축소, 노동쟁의 증가 등 중국내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기업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내수중심의 성장전력으로의 전환, 기업 규제 강화 등 중국내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지역적·업종별 대중 투자 패턴을 개선하고,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IT·친환경 신성장산업 선점 전략 등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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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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