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에서 애플과 벌인 특허소송에서 완패한 이후 오히려 현지에서 휴대폰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글로벌 에퀴티스 리서치(Global Equitie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트립
쇼쓰리(Trip Chowdhry)는 "애플과 삼성간 특허소송이 애플의 승리로 끝난 지난 25일 이후 오히려 갤럭시S3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에퀴티스 리서치가 AT&T, 버라이즌 등 미국 대형 통신사의 최근 판매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트코 영업점 3개 당 2개꼴로 갤럭시S3가 '완전 매진'된 상황이다.
AT&T가 운영하는 다섯 개 영업점은 최근 들어 '삼성 휴대폰의 현저한 판매량 급증'을 나타내고 있으며, 스프린트(Sprint)가 운영하는 모든 지점에서도 갤럭시S3가 모든 애플 제품보다 압도적인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내 매체들은 이를 '흥미로운 결과'라며 주목하고 있다. 올해 IT업계의 가장 큰 기대작인 아이폰5가 조만간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의사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라는 얘기다.
오히려 삼성전자 휴대폰 8개 모델이 판매금지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오히려 이번 특허소송 과정이 삼성의 브랜드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이를 애플의 압도적 승리에 대한 여론의 '불편한 심기'와 연결 짓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일방적 승리에 대한 일반 여론의 반응이 "특허권 제도 자체가 어리석다"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애플이 특허권과 관련해 취한 행보는 논리적이고 영리했지만, 결과적으로 '평판'을 잃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포브스는 "애플이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 급증을 돕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애플이 법정을 이용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삼성의 휴대폰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결과적으로 평판이 땅에 떨어지는 건 애플"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또한 이번 배심원 평결에 대한 과대해석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데다, 법원이 지정한 판매금지 대상 휴대폰들은 미국 내 전체 판매량의 5% 수준인 구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소송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식의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연일 위기감을 강조하고 있는 국내외 매체들의 상황해석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낸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종판결 이후 항소과정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사안 자체가 장기화되거나 크로스라이센스 형태의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쯤 손해배상금이 캐쉬아웃(Cash-Out)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