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프리보드요? 사고 팔기가 어려우니까 프리보드 매매는 안 해요. 만약 전업투자자가 프리보드 매매한다고 하면 이것이 더 이슈일 거 같은데요. 누가 이것을 만들었고 무엇에 쓰는지 아시면 저한테 가르쳐 주세요”
프리보드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도 채 안 되는 날이 속출하는 등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에 처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 간 프리보드시장 거래대금은 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83억원 대비 80% 넘게 감소했다. 결국 최근 들어서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도 채 안되는 날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금투협에서는 지난해 중순부터 이어진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프리보드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량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나치게 낮은 진입장벽과 상대매매의 거래방식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다 보니 신뢰도가 낮은 벤처기업들이 난립하게 돼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게 됐고,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해야만 거래가 되는 상대매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매매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소위 거래가 되는 종목만 거래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프리보드시장에는 53개 회사가 진입해 있고 총 61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이들 종목들 가운데 거래가 발생하는 종목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거래형성률이 지난 7월 한달 간 24.33%로 대부분의 종목은 거래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종목 중 8개 종목은 거래가 안 된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거래량 부족으로 프리보드 지정기업에서 해제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프리보드시장에서 지정 해제된 기업은 59개사로 이중 절반 이상인 34개사는 월간 거래실적이 부진해 지정이 해제됐다.
결국 프리보드시장이 비상장기업 중 성장단계에 있는 벤처기업 등 혁신형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개설됐지만 사실상 프리보드를 통한 자본조달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 더군다나 금융당국이 올해 말에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를 출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프리보드는 더욱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보드 시장을 폐쇄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프리보드활성화 대책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프리보드와 경쟁관계에 있는 코넥스를 개설키로 한 터라 현재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어떤 방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리보드의 존폐 여부도 코넥스가 도입된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넥스는 장내시장이고 프리보드는 장외시장이기 때문에 분명 수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코넥스의 방향이 안 잡힌 상태에서 프리보드의 거래 활성화 조치는 취하기 어려워 프리보드는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스피와 코스닥이 경쟁하는 구도에서 코넥스가 밑을 받치고 빈틈을 프리보드가 맡는 다층적인 구조로 가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며 “분명 제도개선 여지는 있고 그 가능성을 보고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