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논란많던 사전·긴급피임약, 다시 '원점'으로

입력 : 2012-08-29 오후 7:37:39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앵커 : 지난 6월이었죠. 사후피임약에 대한 의약품 재분류 안이 발표되면서 한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는데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했던 이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안이 발표되면서, 소비자를 포함한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오늘 그 최종안이 발표됐는데요. 오늘 브리핑 현장에 다녀온 산업부 문경미 기자와 함께 이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기자. 최종안 발표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의약품 재분류를 안을 놓고 의약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논란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모습입니다. 현행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논란의 핵심이었던 부분만 말씀드리자면 피임약, 두가지 경우가 있었는데요. 먼저 관련 내용을 조기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에게서 직접 들어보시죠.
 
[VCR : 조기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
 
“피임약의 경우 중앙약심에서도 과학적으로는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긴급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나, 그간의 사용관행,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현 분류체계를 유지하되, 피임약 사용실태 및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피임약 재분류 의견수렴 결과와 중앙약심 건의사항을 반영하여, 향후 3년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올바른 약 사용 등 여성 건강보호를 위한 특별 보완대책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앵커 :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동안의 논란이 무색해지는 느낌입니다.
 
기자 : 네 사실 그렇죠. 그동안 의약품재분류 작업을 직접 담당했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의 구성을 놓고도 말이 많았는데요. 피임약만 놓고 보자면 의사와 약사 측의 입장이 크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더군다나 사후피임약, 복지부와 식약청은 이를 긴급피임약이라고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요.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하는 이 약을 두고 여성단체에서는 일반의약품의 전환을 요구했고, 종교단체들은 낙태약이라면서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채 3년이란 시간적 유예를 뒀습니다. 한마디로 후퇴한 셈이죠.
 
앵커 : 사전피임약 이야기도 해보죠. 이건 보통 약국에서 여성들이 구입할 수 있었는데 전문의약품으로 하겠다고 했단 말이죠.
 
기자 : 네, 애초에는 장기 복용의 부작용을 이유로 전문의약품 전환을 검토했었는데요. 이 약의 경우는 피임뿐 아니라 여성들의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한 용도나 여드름 예방에 복용한다는 실태조사 이의제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거스르지 말자는 여론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근거자료가 없기 때문에 3년동안 각 품목별 복용 정도와 부작용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심의를 하겠다는 이야깁니다.
 
앵커 : 뭔가 알맹이는 빠진 느낌인데요. 다른 품목들 이야기도 해보죠. 그렇다면 이번에 전체 의약품 재분류가 이뤄진 품목이 몇 개 정돕니까?
 
◇전체의약품의 1.3% 총504개 품목 전환
 
기자 : 전체의약품의 1.3%에 해당하는 총504개 품목이 전환되는데요.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품목은 전체 262개 품목이며,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 품목은 200개, 동시분류 42개 품목이 포함됐습니다.
 
우선 피임약 외에도 관심이 뜨거웠던 품목 중에서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경우를 보면, 우선 전체 (PPT 필요) 명문제약(017180)의 어린이 키미테 패취와 대웅제약(069620)의 우루사정200밀리그람 등은 이제 병·의원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키미테의 경우는 성인용은 그대로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요. 어린이 키미테도 시럽제와 껌 형태의 것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제품들이 환각이나 착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서 이번에 전문의약품이 된건데요. 성인의 경우도 이 제품의 경우 안전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웅제약의 우루사는 담석증이나 만성C형 간염 환자의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품목은 고함량인 제품만 해당됩니다.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니 기존에 간기능 개선제로 알고 있던 제품은 약국에서 그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앵커 : 기존 언론에서 키미테와 우루사 모두 처방을 받아야할 것처럼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네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또 가장 쉽게 말씀드리면 태준제약의 인공눈물인 히알루론산나트륨 같은 경우는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약국에서 직접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브리핑에서 관계자들은 "의약품 재분류 전후를 비교하면, 전문의약품은 56.2%에서 56.4%,일반의약품은 43.8%에서 43.6%로 비중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요. 업계에서도 이번 품목들이 크게 시장을 차지하는 제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줄만큼의 이슈는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 사실 이건 피임약과 관련한 논란이 점화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것 같은데요. 그마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애초의 취지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의사협 VS 약사회, 피임약 재분류 결과 '입장차'
 
기자 : 그런데도 이해 당사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 엇갈린 입장들을 내놨는데요. 대한의사협회는 사전피임약과 관련해 “식약청이 과학적인 근거와 학술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재분류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외부의 입김에 의해서 현행대로 일반의약품을 유지한 것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이번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당초 사전피임약은 논의 대상조차 아니었는데 본질이 흐려진 것 아니냐”며 긴급피임약이 당초 전문의약품 그대로 간 것에 대한 유감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여성단체들도 일반의약품 전환이 기대됐던 긴급피임약이 그대로 전문의약품이 되자, 실망의 입장을 밝혔고, 종교단체들은 기존 일반의약품인 사전피임약에 대한 문제를 들며 전문의약품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이런 논란은 3년 뒤로 유예됐는데요. 정부는 모든 피임약 구입자에게 약국에서 복용법,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이 적힌 복약안내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피임약 대중매체 광고에 복용시 병·의원 진료, 상담이 필요함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일반의약품이었던 사전피임약의 부작용을 운운하며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던 정부, 또 사회적인 문화 수준을 들어 선진국보다 낮은 피임약 사용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긴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던 복지부와 식약청의 당초 논리는 한국사회의 미성숙도만을 이유로 결국 모든 논란을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앵커 : 중요한 것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더 정확한 학습 정도와 내 몸 상태에 맞는 복용을 위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해보이는군요.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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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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