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오세호기자] "아낀다고 아끼는 데 장 한 번 보고나면 지갑이 얇아져요. 가족들이 먹을 건데 방사선이나 환경오염 등을 생각하면 아무거나 살 수도 없고······."
전세계적인 이상 기온으로 가뭄과 폭염·장마·태풍이 이어지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폭염으로 강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나며 이제 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국민들은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과 식품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안전한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폭염 후 태풍..'오락가락' 날씨에 신석식품 가격 급등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으로 대파 1kg이 3584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8%나 가격이 뛰었다.
시금치 1kg은 평균가격이 1만3966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5% 상승했으며, 애호박도 한 개당 3207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1% 올랐다.
또 '삼겹살로 상추를 싸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추 값이 폭등했다. 30일 기준 적상추(4kg) 평균가격은 7만4000원으로 태풍이 오기 전인 지난 20일에 비해 약 20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상추(4kg) 역시 6만2600원으로 지난 20일에 비해 216%나 올랐다.
수산물의 경우 강풍으로 전복과 우럭 등 양식 어종이 피해를 입어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해 지난 30일까지 해상가두리시설 1만6111칸과 육상 양식장 4518㎡, 어항시설 72개소 등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30일 기준 전복(양식) 중급 1kg 평균 가격은 3만7000원으로, 태풍 피해를 입기 전인 24일에 비해 약 30% 올랐다. 활넙치 평균가격도 지난 24일보다 약 22% 가량 오른 1만4250원으로 집계됐다.
◇원가부담 감당 안돼..라면·참치 등 가공식품 '도미노 인상'
서민음식인 라면을 비롯해 참치·음료·과자·주류·통조림 등 가공식품들도 최근 잇따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가공 식품업계의 도미노 인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흔적이 보이면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가공 식품업계는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물가안정에 동참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업계는 가격 인상을 억눌러 왔다. 그러나 국제 곡물가격 쇼크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동유럽 지역 등의 가뭄으로 인해 7월 수수와 밀 가격은 전달에 비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비해 우리 정부가 지난 23일 제분용 수입밀과 사료용 콩·옥수수에 대한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추가 가격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제분용 밀과 사료관련 콩 등은 관세율 자체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초까지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생불량·원산지 둔갑·유통기한 조작..'먹거리' 걱정
'식탁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산 불량식품 문제와 일본 방사능 오염 등 수입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식품의 안전에 대해 응답자의 70.8%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내산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64.8%나 됐다.
특히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90%에 달했으며, 일본산(67.2%)·미국산( 62.6%) 순이었다. 소비자 절반 이상은 수입산 먹거리 중 불안한 품목으로 축산물 꼽았다.
서울 일원동에 사는 주부 박영송 씨(39세)는 "광우병도 그렇고 일본 방사능도 그렇고 수입 식품을 믿을 수가 없다"며 "특히 애들이 먹는 음식은 좀 비싸도 국내산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북한강과 낙동강·한강에 녹조가 확산되면서 '마실거리'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이마트(139480)의 생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상승하며, 식수에 대한 불안이 생수 구입 증가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입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 식품 안전 기준 강화와 함께 불법 수입식품에 대한 관리 강화, 식품안전 인증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