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제9대 국왕인 성종이 백성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을 하고 민심을 살피는 미복잠행을 자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성종이 미복잠행을 자주 수행한 이유는 백성들에게 제도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대안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은 성종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기름 값 인상을 막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도입하고 올해안에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건수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일반 폴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많은 주유소 업자들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 기존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만 기름을 싸게 공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또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해외에서 구매한 기름을 직접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무적으로 50% 이상 석유공사로부터 기름을 구입해야만 하는 알뜰주유소의 입장에서는 폴주유소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장점검 등과 같은 사후관리도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3일과 29일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됐지만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기적인 품질·시설물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 측은 인터넷을 통해 주변환경과 운영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문제가 제기되면 현장에 나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일부 알뜰주유소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현장검사는 없었다고 한다.
서울의 A알뜰주유소 대표는 "언론에 몇번 보도됐지만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B알뜰주유소 관계자도 "계약 이후 얼굴도 못봤다"며 "현장조사는 없었다"고 답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경기도 하남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100호점'을 찾아 올해 알뜰주유소 1000곳을 열고 수도권 지역의 알뜰주유소를 20여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알뜰주유소 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기름값을 잡을 수 없다.
조선시대 성종이 조선을 지탱할 제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꾸준히 보완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란 당초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탁상행정이 아닌 정부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조했던 현장 중심의 정책 즉, 성종의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