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내부거래' 개선 후 경제민주화 비판하라

입력 : 2012-09-02 오후 6:01:06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거센 '경제민주화' 바람에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앞에서는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앓는 소리를 하더니 정작 뒤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제 식구'배만 채웠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0일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6개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186조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3.2%를 차지했다. 2010년 12%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물론 내부거래 자체를 덮어놓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룹 계열사들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분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이른바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독일, 일본 기업들도 수직계열화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대기업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통해 오너 2·3세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이상인 계열회사(50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7.99%, 오너 2세 지분율이 50%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56.3%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이 수직계열화와는 큰 상관이 없는 시스템통합(SI), 건물관리, 광고 등 서비스 업종 간 내부거래였다.
 
특히 이들 업종 간 내부거래 방식은 수의계약이 91.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수직계열화'라는 이름 뒤에 숨기엔 낯뜨거운 현실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을 위한 모범기준을 만들고 대기업 집단에 채택을 권고키로 했다.
 
기준 채택률과 이행 상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후속조치를 내놔야 한다. 정부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는 그야말로 공염불로 끝나고 말것이다.
 
기업들 스스로도 부당 내부거래를 줄여나가야 한다. 입으로는 상생경영 운운하면서 내부거래로 중소업체 등이 내민 손을 뿌리친다면 결국 소비자의 마음도 돌아설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재벌 때리기'와 '반기업 정서' 운운하기 전에 기업 스스로 정당하게 큰 소리 칠 수 있는지 한 번 돌아보길 바란다.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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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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