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은행이 쏟아낸 서민금융정책 효과 '미지수'

'신뢰 회복'+'정부 압박'..보여주기식 정책 지적
가계부채 축소에 큰 도움 안돼·이용 고객도 제한적

입력 : 2012-09-03 오전 11:19:01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탐욕' 비판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서민금융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 체감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혜택을 받는 고객이 한정적이어서 가계 부채 부담 완화 효과도 크지 않고, 10%대의 대출상품을 신청할 수 있는 고객층이나 대출 가능 금액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은행 서민금융정책 뜯어보니..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과 대출서류 조작, 대출금리 차별 등 은행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10%대 신용대출상품 출시, 각종 수수료 감면, 서민금융 전담 창구 마련 등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경기침체에 대한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런 움직임에 한 몫 했다.
 
이날까지 나온 정책들의 은행별 특징적인 점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근저당권 설정비율을 현행 120%에서 110%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초과 대출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연장시 대출 초과분의 상환을 요구하거나 추가 가산금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저축은행 연계대출을 실시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한 개인 및 중소기업 고객의 대출이 거절되거나 한도가 부족할 경우 저축은행 상품을 안내 받아 고객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세부 절차를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하우스푸어를 위해 담보로 잡은 아파트가 연체로 경매 위기에 처할 경우 세입자가 매입토록 적극 주선하는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대상 소액 신용대출 지원, 새희망홀씨대출 최고금리 2%포인트 인하, 프리워크아웃 자체 대출상품 출시 및 지원대상 확대 등 기존 은행들이 발표한 수준에서 대책을 내놨다.
 
◇단기 연체자도 새희망홀씨 대출 받는다
 
은행들이 내놓은 정책들 중에는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신용대출이 공통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는 공공정보에 등재되지 않은 짧은 연체기록이 수차례 있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기록이 있는 서민도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신용대출인 새희망홀씨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주요은행들은 지난 27일 은행연합회에서 이사회를 열고 새희망홀씨대출 신청자격을 완화하는 표준규약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희망홀씨대출은 기존에는 대출신청일 기준 3개월 이내 30일 이상 계속된 연체대출금을 보유했거나 10일 이상 계속된 연체대출금을 4회 이상 보유하면 대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공공정보에 등재되지 않은 단기 연체기록 보유자의 대출자격 제한을 풀기로 했다.
 
성실 상환자에 대한 금리 감면혜택도 늘리기로 했다. 일정 기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면 대출기간 내 감면 폭을 기존 1%포인트에서 2%포인트 이상으로 확대했다.
 
새희망홀씨대출 공급한도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각각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저신용자 10%대 대출 잇따라 출시
 
새희망홀씨대출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 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인 '희망드림론'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기준으로 전체 15등급 중 11등급~12등급에 해당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이 상품의 금리는 연 14%로 새희망홀씨대출 보다 1~2%포인트 높지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해 연 12%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은행은 '행복드림론2'를 판매중이다. 신용불량자나 연체자로 그 동안 대출이 불가능했던 9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연 15%로, 연체를 하지 않으면 3개월마다 금리가 0.2%포인트 인하돼 최저 9.6%까지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서민을 대상으로 금리 연 8~14%로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소액 신용대출 신상품을 이달 중 출시키로 했다.
 
우리은행도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을 개발해 이달 중 발표키로 했다. 다만 새희망홀씨대출 대상자와 상품 내용이 겹치지 않는 상품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프리워크아웃 확대 적용 나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자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제도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마련한 기준에 의해서만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운용해 왔다.
 
하지만 은행자체기준을 신설해 아직 연체는 없지만 대출만기에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렵거나 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운 대출자에게도 프리워크아웃제도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특히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성실히 상환해 나가는 경우 최초이자율의 최대 절반인 7.0%까지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자체 프리워크아웃 대출상품을 이달 중 출시키로 했다. 대출 만기도래 고객 중 퇴사, 등급하락, 채무과다 등으로 일부 상환 없이 전액 연장이 불가능한 대출자까지로 워크아웃 대상을 확대해 최장 10년 만기 장기분할상환대출로 대환해 주기로 했다.
 
자체 프리워크아웃 대출상품의 최초 적용금리는 연 12~14%로 성실히 상환해 나갈 경우 매 6개월 마다 0.5%포인트씩 금리가 인하돼 최저 연 6%까지 적용된다.
 
◇서민전담 은행창구 설치 박차
 
서민 밀집지역에 있는 일부 은행 영업점은 서민금융지원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서민금융 전담창구도 만든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중에 일부 점포에 서민금융 전담창구를 개설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우선 3개 지점에 인력을 배치해 서민금융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앞으로 대상 지점을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창구 개설에 나선 국민은행은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서민금융상품들을 안내해주고, 고객의 재무설계 상담까지 해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또 서민 전담창구를 찾는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점포당 전문상담인력을 2명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등떠밀려 쏟아진 대책들..실효성은 '글쎄'
 
은행들이 여론과 금융당국에 등 떠밀리듯 내놓은 각종 대책들이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에 대한 최고금리 인하, 10%대 대출상품 출시 등 모두 혜택을 받는 고객은 한정적"이라면서 "가계 부채 부담이 크게 완화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 가운데 연 12%가 넘는 고금리 대출은 1.9%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은행들이 내놓은 연 10%대의 대출상품도 신청할 수 있는 고객층이나 대출 가능 금액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 상담만을 전담하는 창구를 만드는 것 역시 '보여주기식'  정책일 뿐"이라며 "상담 창구를 몇개 개설하는 것이 얼마나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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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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