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이우재)는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모씨와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국가가 25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정씨를 체포해 구속하는 한편, 구타·고문·협박 등 극심한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과 진술을 받아내 증거를 조작했다”며 “검찰 역시 ‘고문당했다’는 정씨 등의 호소를 묵살했고, 법원은 증명력이 부족한 증거를 근거로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씨는 석방된 이후에도 감시당했고, 가족까지 간첩이라는 오명을 쓰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게 해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불이익을 받게 했다”며 “국가는 위법한 수사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데 대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해 휴전선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미법도에서 거주해온 정씨는 1965년 10월 비무장지대에 있는 황해도 은점벌에서 인근 주민들과 조개잡이를 하던 중 집단 납북됐다가 한 달 뒤 귀환했다.
이후 정씨는 1982년 간첩 혐의로 안기부에 불법 체포돼 갖은 고문 등을 당하다 자신의 간첩활동을 인정하는 허위자백을 했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다 1998년 특별 가석방됐다.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정씨의 간첩혐의는 조작된 사건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씨는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