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차이나디스카운트가 투자은행(IB) 명가인 KDB
대우증권(006800)의 발목을 잡고있다.
한국에 상장한 중국기업중
연합과기(900030)의 증시 퇴출이 처음으로 결정된 가운데 중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해온 KDB대우증권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는 연합과기에 대해 2011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 평가를 받은 뒤 개선기간중에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07년 중국기업인
3노드디지탈(900010)이 처음 증시에 모습을 드러내며 18개(현재 17개, 코웰이홀딩스 2011년 11월 자진 상폐) 중국기업이 등장한 이후 당국으로부터 상폐결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가 타이틀 무색한 대우證, 중국 용병 '삼진'
하지만, 야심차게 상장을 주간했던 기업의 퇴출결정으로, 산은금융지주 계열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형 IB로의 도약을 꿈꿔왔던 강자 KDB대우증권으로서는 이미지 타격과 함께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실권주 부담을 겪고 있다.
5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56억원에 달했던 IB영업수익이 지난해 481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3분의1 감소했다. 순손실은 121억원으로, 순이익을 기록한 리테일과 홀세일 등 다른 사업부문과도 대조를 이뤘다.
올 1분기 IB수수료도 79억원으로, 134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수준을 간신히 뛰어넘은데 그쳐 연간실적이 330억원대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차이나디스카운트의 대명사로 불거진 중국고섬은 퇴출이 기정사실화됐지만 현재 원주인 싱가포르 거래소의 상장폐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국내 퇴출시점은 미정이다.
상장을 담당했던 성융광전투자도 회계문제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이달중 상장여부를 최종 결정받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주간실적 부진은 내부적으로도 조직의 축소를 불러왔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말 영업담당과 마케팅·실사 부문의 담당 부서를 통합하며 IPO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인력이 30여명에서 절반이하인 13명으로 줄었다.
KDB대우증권측은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통합과정일 뿐 인력의 축소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전 김성태, 임기영 전 대표이사 체제에서 IB와 IPO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 주력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행보다.
◇잇딴 차이나디스카운트, 책임은?
업계에선 중국기업의 차이나디스카운트 확대가 KDB대우증권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과는 다른 법률체계가 적용되는 중국기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이 해외 기업 IPO에 너나없이 뛰어들다 보니 꼼꼼한 기업실사 노력이 못 미쳤다는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자는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의 경우 해외지점이 IB영업에 나서거나 외부 평가를 거쳐 주간계약을 맺으면 현지에서 직접 실사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해외법인의 경우 법률 심사와 회계법인 심사의 경우 해당 관할국의 법률에 근거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국내기업에 비해 심사 강도는 높지만 적용관점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고섬처럼 사업보고서의 최대주주와 실제 최대주주가 상이한 경우, 해당 중국의 관련법은 사업보고서내 기재사실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법률적 하자가 없지만 국내법률은 실제 최대주주에 대한 지분보유 사항이 명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기업의 본국의 법령과 취지에 맞는 구체적 국가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이같은 법률상 상충관계를 줄여나가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 실사에서의 문제점이 주간사의 무리한 추진에 기인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사단계에서 국내 실사의 3~4배에 달하는 인력이 동원돼 검토에 나서는 만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분명 국가별 차이와 법적 차이가 존재하고 회계상 부실을 발견해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국내 시장에 새로운 기업을 소개하고 올바른 투자를 이끌기 위해 좀 더 꼼꼼하고 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형 IB로의 기치를 내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보다 꼼꼼한 주간 노력이 실제 실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