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전 디자인을 참조했던 LG전자의 프라다폰이 등록료 불납을 이유로 2009년 디자인 특허권이 자동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까지 자사 디자인 특허에 대한 허술한 관리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안드로이드 진영에 무차별 특허 공세를 퍼붓고 있는 애플에 대한 방어 및 역공의 근거를 잃었다는 허탈함도 커졌다.
7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LG전자는 2005년 9월9일 디자인 특허(출원번호 30-2005-0030828) 하나를 출원했다. 해당 특허는 1년여의 심사기간을 거쳐 이듬해인 2006년 6월26일 특허로 등록됐다. 정식으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프라다폰 디자인의 모태가 됐다. 특허청은 해당 디자인에 대해 "전면 버튼부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단순하고 독특한 형상으로 나타냈으며, 전체적으로 돌출부가 없는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창작내용을 요점 정리했다.(사진1)
LG전자가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파트너십을 맺어 개발한 것으로, 전면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함과 동시에 터치 스크린 입력 방식을 적용했다. 세계 최초의 풀터치 폰이다. 또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형태로, 애플이 주장하고 있는 D’087 특허와 일치한다. 아이폰은 물론 현재 스마트폰이 채택한 기본 외관이 LG전자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본 것이다.(사진2)
◇(사진1)LG전자가 2005년 9월 9일 국내 특허청에 출원한 디자인 특허 도면.(출원번호 30-2005-0030828) 해당 특허권은 등록료 불납을 이유로 2009년 6월 27일 소멸됐다.
◇(사진2)2007년 LG전자가 출시한 LG프라다폰과 2005년 LG전자가 출원한 휴대폰 디자인 특허(출원번호 30-2005-0030828).
그러나 해당 특허는 2009년 6월27일 자동 소멸됐다. LG전자가 특허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인 등록료를 불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자로 해당 특허에 대한 LG전자의 법적 실효성은 상실됐다.
LG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결국 "(해당 특허의) 등록 취소가 권리 포기는 아니다"며 "우리가 디자인을 방어하거나 또 권한을 주장하고 행사함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의 또 다른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수많은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는데 일일이 (특허권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지만 출시된 제품의 디자인 특허까지 소멸되는 상황에 대해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문제는 애플이 아이폰을 창작함에 있어 LG전자의 프라다폰을 중요 참고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공개된 애플의 내부자료 '3GSM 전시회분석(3GSM Congress Trade Show Report)에 따르면, 애플은 2006년 자사 아이폰과 LG전자의 프라다폰을 상세히 비교 분석했다. 특히 외관을 비롯한 디자인 특징은 아이폰의 '영감'이 됐다.(사진3)
◇(사진3)애플의 '3GSM 전시회 분석' 자료. 애플은 2006년 아이폰을 출시하기 이전 LG전자의 LG프라다폰 디자인을 상세히 비교 분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LG전자가 프라다폰 디자인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를 근거로 오히려 애플에게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자인 특허권이 소멸된 이상 현재로선 아이폰에 앞선 선행 기술임을 증명할 근거는 되나 더 이상 권한을 주장할 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IT 특허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행복마루 변호사는 "LG가 프라다폰 디자인 특허권을 갖고 있었다면 오히려 애플에게 특허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충분한 법적 근거가 된다"며 소멸된 현실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대표 디자인만큼은 미국과 EU, 중국, 그리고 국내에서만이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 인식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의 모태가 됐던 디자인 특허(출원번호:30-2006-0022880)와 미국 법정에 반박 증거로 제출했던 F700의 디자인 특허(출원번호:30-2006-0004735)에 대한 권한을 '등록료 불납'이라는 같은 이유로 상실했다.
디자인 특허에 대한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시 풍토가 부메랑이 돼 국내 휴대폰 산업 전반을 덮쳤다. 또 '카피캣'(모방자) 등의 부정적 이미지마저 더해지면서 해당 기업들에겐 씻을 수 없는 유·무형적 타격을 입혔다. 구태언 변호사는 "우리 기업들로선 큰 교훈을 얻었다"며 "이번 지적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