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애플 역공할 수도 있었다”

입력 : 2012-09-11 오후 1:36:25
[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삼성이나 LG가 애플을 역공할 수도 있었다.”
 
IT 특허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행복마루 변호사의 법리적 해석이다. 애플과의 일대 특허전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의 모태가 됐던 디자인 특허를 등록 유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삼성은 그러지 않았다. 2006년 6월 국내 특허청에 출원(출원번호:30-2006-0022880)된 관련 디자인은 이듬해 7월 특허로 정식 등록됐다. 그러나 등록료 불납을 이유로 2010년 관련 특허에 대한 법적 권한이 소멸되기에 이른다.
 
이는 삼성이 미 법정에 애플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로 제출한 F700의 디자인도 마찬가지였다. F700에 대한 디자인 특허(출원번호:30-2006-0004735) 역시 같은 이유로 2010년 1월 권한이 자동 소멸되면서 법적 실효성을 잃었다.
 
LG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내부자료에 참조대상으로까지 올렸던 프라다폰의 경우 2005년 9월 국내 특허청에 관련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고(출원번호 30-2005-0030828) 이듬해 6월 특허로 정식 등록됐지만 2009년에 이르러 역시 등록료 불납을 이유로 권한이 소멸됐다.
 
이 모두 애플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D’087 특허보다 많게는 3년 정도 등록 시점이 빨랐다. 물론 삼성과 LG는 미국에서는 해당 디자인을 특허 출원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이중 LG전자의 프라다폰은 세계 최초의 풀터치 폰으로 현재 스마트폰 외관의 효시가 됐으며, 삼성전자의 앞선 디자인은 갤럭시S의 모태가 됐다. 이는 또 애플의 아이폰과도 상당 부분 빼닮았다.
 
때문에 구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내내 이를 안타까워했다. 혁신적 디자인을 선행 개발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못해 막다른 궁지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구태언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변호사
 
-삼성이 미국 법원에 애플 주장을 반박할 근거로 F700을 제출했다. 갤럭시S와 똑같은 디자인을 놔두고 말이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둘 다 지금으로선 디자인 특허가 소멸되지 않았나. 때문에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 F700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 전략상 맞다. 출시 모델을 들고 선행 기술이라는 걸 주장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한눈에 봐도) 앞선 디자인이 아이폰이나 갤럭시S와 같은데. 아쉽다.
 
-삼성뿐만 아니라 LG 프라다폰 역시 디자인특허가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 버리네. 왜 버리나. 수많은 특허를 출원하다보니 (일일이) 다 등록유지를 할 수 없어 포기했겠지. 그나마 (특허) 등록이라도 됐으니 기록을 법정에 제출하면 선행 기술을 주장할 근거는 된다. 프라다폰의 경우 세계 최초의 풀터치 폰인데다 참신한 디자인이었다.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놓치다니 아쉽다.
 
-디자인특허에 대한 경시 풍토가 만연한 것 같다.
 
▲맞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 수십개의 디자인을 출원하다보니 버리는 게 습관화돼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디자인권 출원이 등록까지 됐으니 선행 기술 인정은 된다. (애플의) 특허침해 주장을 막을 수 있는 것까지는 된다. 하지만 이건 소극적 대응이다. 만약 특허가 유지되고 있었고, 미국에서도 등록돼 있었다면 삼성이나 LG가 오히려 애플을 역공할 수도 있었다.
 
-국내에서만이라도 특허가 유지됐다면 역공이 가능한가.
 
▲지금 싸우는 곳이 미국이니 그곳에다 등록을 해놨어야지. 그래야 특허로서의 권리행사 조건이 된다. 미국에다 안 해놔서 이번에 이렇게 일이 커졌지 않나. 특허는 각 나라마다 출원과 등록을 해야 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알아보고 지켰어야 했는데 간과한 거다. (같은 모양의) 아이폰이 나온 걸 봤으면 자기네 특허를 지켰어야지. 아이폰이 그렇게 치고 올라오는데. 최소한 시장규모로 볼 때 미국과 EU, 중국, 그리고 국내에서만이라도 (특허를) 지켰으면 결과는 달랐다.
 
-비록 소멸은 됐지만 삼성이 이 같은 자료를 미 법정에 제출한다면 12월에 있을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나.
 
▲반박자료로는 충분하다. 판금(판매금지)을 면하는 정도로는 효력이 있지 않겠나 싶다. 특허가 유지됐다면 오히려 이길 수도 있었다. 사실 이번 미국 법원의 배심원 평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마트폰 디자인권이란 게 애매한 부분이 많다. 모서리가 얼마나 둥근지, 각도는 또 어떤지… 결국 애플이 이번 평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선행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D'087 특허가 이를 증명했고. (반면) 삼성은 제대로 반박 못한 것이고.
 
-아쉬운 점이 너무도 많다.
 
▲결국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놓고도 관리 부실로 여기까지 온 거다. 최소한 출시된 제품, 대표 디자인에서만큼은 특허를 유지했어야 했다. 특히 경쟁이 심화되는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자기네 특허를 한 번만이라도 되돌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국내 특허라도 유지시켰겠지. 왜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나. 배타적 독점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후행 프로세서가 필요했다. 특허전쟁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극적 방어 전략이 아니라 적극적 공격 전략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술만을 중시했지, 디자인이 이토록 결정적인 줄 몰랐다. 다들 디자인을 말하면서도 실제 출원한 특허조차 지키지 못했다.
 
▲과거에 선(先)경험이 없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야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 같다. 뼈아픈 교훈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변하고 고수익을 낸 것이 불과 5년 밖에 안 됐다. 2~3년 전만 해도 휴대폰 모양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이란 게 판매까지 막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앞으로는 특허를 출원만 할 게 아니라 엄선해서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뼈아픈 지적이다.
 
▲사실 이 일이 불거지면서 LG가 제일 당황스러워 했을 것 같다. 삼성이 애플 공격을 막기 위해 LG 프라다폰을 이용하지 않았나. 너희보다 엘지에서 먼저 같은 디자인이 나왔다는 근거로. 소송과정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3자였던 LG가 삼성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국내 정서상 삼성과의 싸움이야 어렵겠지만 애플을 상대로는 충분히 싸움을 걸 수도 있었다. 삼성이 미국서는 왜 LG 프라다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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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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