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공판' 막판까지 검찰-변호인 법적공방 치열

검찰, 공소장 변경허가서 제출.."이르면 11월 초 선고"
"680억 의혹, 형으로서 빌려준 돈"

입력 : 2012-09-13 오후 8:14:00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수백억원의 SK(003600)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는 이날 공판기일에서 모든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최 회장 형제의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을 추가, 공소장 변경허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향후 변호인 측의 의견서를 받은 뒤 검찰 측 변경사유를 통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검찰 "혐의사실 수정, 공소장 변경"
 
검찰 측은 이날 "공소사실에서 금액 부분 등 전반적으로 바뀐 내용들이 크게 없다"면서도 "추가적으로 혐의사실들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서 최 회장 형제가 SK그룹 계열사의 1차 펀드 출자금인 497억원을 횡령했다고 적시했지만, 변경된 공소장에는 포커스2호펀드 295억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170억원으로 분리했다.
 
또 2차 펀드 출자금인 495억원에 대해서도 포커스2호펀드에 285억원, 오픈이노베이션 펀드에 101억, 부산도시가스에 99억원으로 나눠서 변경하겠다고 재판부와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자금 조성 부분에 있어서 금액 부분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재판 막바지에 공소장을 변경한다는 것은 재판의 중요 쟁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이 부외자금으로 문제삼는 임원성과급(IB) 조성과 관련해 종전까지 2005년 당시 SK재무실장인 피고인 장모씨에게 최 회장이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변경된 공소장에선 2005년에는 장씨의 전임자인 조모씨, 2006년에는 장씨로 바꾸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판단한다"며 "검찰의 변경사유와 변호인 측 의견서를 받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변호인, 서증조사에서도 날선 공방
 
이날 서증조사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를 두고도 양측은 치열한 법적공방을 벌였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펀드조성 절차의 적법성과 출자자금에 대한 최태원 회장 등의 횡령의 고의성, 저축은행 대출금 횡령에 최 회장이 개입되었는지 여부 등을 두고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SK재무팀장 박모씨가 작성한 외장하드 내 'T명폴더' 자료를 또 다시 주요 증거로 내세우며,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과 IB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는 등 개인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이 문건 내에서 언급된 '도관이론'을 토대로 지난 2008년 말 SK 계열사들이 펀드투자금으로 베넥스에 보낸 돈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에게 넘어간 것을 최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압박했다.
 
'도관이론'이란 최 회장의 자금이 최 수석부회장을 '도관'으로 해서 최 회장 선물투자담당인 김원홍씨에게 넘어갔다는 검찰의 주장으로, 'T명폴더'에서 최 수석부회장을 암시하는 'J'이니셜에 표시된 '도관'에서 착안한 것이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사실조사를 통해 작성된 문건이 아니다"라며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해 '도관이론'을 택한 것일 뿐, 실제로는 최 회장과 관련이 없는 자금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의 주장은 재판 내내 일관성이 없고, 공소사실에 관해 주변적 사실관계만 편의적으로 과잉해석하고 있다"며 "문건들도 박씨가 검토한 것들일 뿐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검찰이 SK 측으로부터 압수한 증거 자료 등에 대해 피고인심문에서 적법성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최근 언론에 보도가 된 최 회장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800억원의 수표가 인출, 이 자금이 같은 날 신규로 개설된 최 부회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된 내역을 공개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최 회장 계좌에서 800억원이 최 부회장 계좌로 갔고, 다음날 이 가운데 680억원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됐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 측은 "선대 회장이 상속한 재산이 대부분 최 회장에게 갔고, 동생은 이를 포기해 동생이 보증이나 담보를 부탁하면 평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며 "800억원은 최 부회장의 채무변제를 위해 필요한 돈을 형으로서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회장 등 공판, 이르면 11월 초 쯤 선고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일정을 확정지었다.
 
특히, 최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신문만을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의 최 회장 등에 관한 공판 결과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피고인 신문기일은 서증조사가 끝나는 데로 피고인에 대한 신문순서, 소요시간 등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협의가 이뤄진 뒤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김 대표와 장씨의 경우 다음달 5일부터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고, 이후 최 부회장 및 최 회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신문을 마무리 한 뒤 4주 후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선고를 할 계획이다.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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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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