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혹평'에도 판매량 '날개'..역시 '애플'

입력 : 2012-09-17 오후 2:58:04
[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기자] 아이폰5가 '혁신 부재'라는 국내외 평가를 비웃듯 스마트폰 역사상 최대 판매 속도를 경신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전날 자정부터 시작된 아이폰5의 예약판매가 불과 1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주요 통신사들은 이번에 완판된 초도물량을 130~150만대 수준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출시됐던 아이폰4S의 경우 예약판매 물량이 100만대, 아이폰4는 60만대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또 완판까지의 시간 역시 직전 기록인 아이폰4S에 비해 20배가량 단축시켰다.
 
이는 지난 12일 공개된 아이폰5에 대해 국내외 주요 매체들이 혹평을 쏟아낸 것과는 상반된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은 하나같이 "애플의 혁신이 사라졌다"며 "세로 길이만 늘렸을 뿐, 하드웨어 사양 또한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못하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아이폰5 공개 직후 "일부 새로운 기능도 선보였지만 갤럭시 넥서스 등 안드로이드 폰과 비교해 낮은 단계"라며 "지난 5년간 유행을 선도했으나 이제는 따분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IT 전문 매체인 씨넷은 "아이폰5가 종전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수준에서 정체했다"며 "아이폰5가 경쟁 제품들을 압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 또한 아이폰5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혹평 대열에 가담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얻어 15일부터 갤럭시S3와 아이폰5를 직접 비교하는 광고를 미국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며 아이폰5의 ‘함량 미달’을 대대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경쟁력에 있어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면대결 의지를 밝힌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아이폰5(오른쪽) (출처=The Verge)
 
그러나 애플은 '애플'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보여왔던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혁신은 없었지만 막강한 브랜드 파워는 대기 수요를 구매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폰의 대명사 '아이폰'이 '혁신 자체'라는 놀라움마저 이어졌다. 애플, 그리고 아이폰의 '힘'이다.  
 
아이폰5의 매진 사례는 미국을 넘어 영국, 유럽, 호주 등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영국의 보다폰(Vodafon), 호주의 버진모바일(Virgin)·텔스트라(Telstra) 등 각국 주요 대형 통신사들이 내놓은 아이폰5 예약물량은 모두 동이 난 상황이다.
 
호주의 대표적 통신사인 텔스트라의 한 관계자는 "예약 주문을 개시한 지 18시간 만에 수만여건의 주문이 몰려들면서 텔스트라 온라인 판매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대기록을 세웠다"며 "여전히 아이폰이 '탐욕의 대상'이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엔비져니어링(Envisioneering)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도허티 또한 "애플이 하루 동안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던 판매고를 불과 한시간만에 모두 달성한 셈"이라며 "애플 스스로도 이 같은 아이폰5 열풍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5의 폭발적 수요를 감안해 이 달로 끝나는 애플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을 서둘러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첫주 1000만대를 넘어 9월 이내 3000만대 이상까지 예상하는 분석도 잇달았다. 
 
임돌이 신영증권 IT팀장은 "스펙이 압도적이진 않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얇게 만들었다는 점은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며 "아이폰4S 때도 마찬가지로 혁신성 논란이 있었지만 애플은 기본적으로 브랜드 파워에 따른 대기수요를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 강자임을 증명하면서 삼성과의 혈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 또한 내달 갤럭시노트2를 출시하며 이미 시장을 선점한 갤럭시S3와 더불어 협공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시장 지배력의 우위는 번외게임인 특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 양사 간 힘의 균형이 붕괴되는 시점이 협상의 시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의 변화가 힘의 역학관계 변화를 불러와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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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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