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환헤지 "환테크 아닌 환율변동 위험 줄이는 것"

입력 : 2012-09-19 오후 3:43:05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환율은 기업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의 하나다. 때문에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환헤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지홍 리스크헤지테크(RHT) 이사(사진)는 1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환율과 환헤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RHT는 트레이딩과 리스크관리 전문기업이다.  
트레이딩과 리스크관리 분야는 지난 달 키코소송에서 엠텍비젼(074000)테크윙(089030) 등이 일부 승소함에 따라 최근 수출입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있다.
 
정지홍 이사는 환헤지가 투기나 테크를 위한 수단이 아닌, 미래 환율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환율 변동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수출입 기업들의 재무상태에 따른 올바른 거래 수익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최근 키코소송에서 기업들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으며 또 한번 환율 헤지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헤지란 무엇인가?
 
▲환헤지란 환율의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대비하고 줄이기 위한 금융거래를 말한다. 여기서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헤지포지션이 투기포지션이 (Speculation Position) 되지 않도록 잘 살피는 것이다. 
 
- 헤지포지션과 투기포지션은 어떻게 구분하나?
 
▲예를 들면 기업에 다른 외화 자산이나 부채는 없고 앞으로 유입될 100만달러만 있다고 할 때, 100만달러 규모로 포지션을 만들면 환헤지이고 이를 초과할 수록 환투기에 가까워진다.  일부 영업하는 분들 중에 '오버헤지'란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조심해서 들어야 되는 표현이다. 어감은 더 좋아도, 적정수준이 넘어가면 결국 투기포지션이 되기 때문이다. 
 
- 자금사정이 팍팍한 기업에서는 환테크를 할 수 있지 않나?
 
▲아니다. 외화 저축이면 모를까 환테크, 오버헤지, 환투기 모두 멀리해야 한다.
 
몇 번은 결과가 좋을지라도 리스크 관리가 안돼 결국은 큰 일이 나게 된다. 따라서 일반기업들이 해야 하는 환율거래는 헤지거래 뿐이다.  
 
-회사의 경력중 하나가 퀀트(파생상품의 가격을 평가하고 헤지비율을 계산하는 일)였는데 키코에 대해 묻고 싶다. 일부에서 '키코가 사기다'라는 주장도 있는데, 솔직히 어떤가?
 
▲은행 떠난 지도 꽤 오래됐지만, 몸 담았던 곳은 모범적인 곳이라 솔직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얘기다.  금융공학적으로도 기초적인 사안이라 다르게 얘기할 수도 없다.
 
한 쪽에 무조건 유리한 사기라고 하기에는, 계약이 한참 체결될 당시의 환율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 무리가 있다.
 
-사기가 아니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복잡한 금융공학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키코 거래에서 이익이 났던 적이 있다.  이것만 봐도 사기는 아니다. 또, 키코가 사기가 되려면 금융기관들이 환율이 어느 기간에, 어떤 경로를 거쳐 (Knock in-out) 변할 것이라는 것을 정확이 알아야 되는데 이 또 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가 아니라면 키코가 헤지 상품인가?
 
▲헤지상품인지 아닌지의 문제도 상품자체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령 주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선물매도를 하면 헤지효과가 있지만, 주식이 없는 사람이 선물매도만 하면 투기가 되는 것과 같다.
 
키코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고려해서 기업에 헤지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럼 키코가 사기도 아니고 기업 상황과 맞으면 헤지도 될 수 있으니 문제 없다는 주장이 맞다는 것인가?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주장은 투기포지션의 위험성을 간과한 얘기다. 다른 기초자산도 아니고 환율로 무한대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기포지션에 빠졌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어디 가서 사기를 당하는 것보다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측 변론서를 보면 은행도 반대거래를 했기 때문에 기업체의 손실이 전부 은행 측의 이익도 아니고 은행이 일방적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은 틀리다고 하는데.
 
▲관련해서 로펌에서 문의가 와서 변론서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이 다 사기 아니냐 하는 주장에 '아니다, 은행측도 반대거래를 하지 않았느냐' 하는 맥락으로 나온 얘기인데 정확하지 않는 주장처럼 느껴진다.
 
반대거래를 하면 잠재적인 더 큰 이익에 대한 가능성은 없어지지만, 손실 가능성 역시 없어지고 확실한 마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기업이 투기에 빠졌다면, 은행들은 이 확실한 마진의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 파생상품 위험관리 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도박을 하도록 내버려 둔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통념도 도박에서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우스인데, '나는 하우스였으니 잘못이 없지 않냐'는 얘기와 다름없는 셈이다.
 
-환 헤지 문제 관련해서 유명하던데 현재 키코 관련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나?
 
▲RTH의 경우 과거 송사로 돈 버는 로펌도 아니고, 이 문제 관련한 매출은 없다. 누가 봐도 억울한 분들이 있는데, 생각도 안 해봤지만 금융을 한다면서 컨설팅이나 자문으로 돈 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지와 관련해 '언제' 할지 타이밍과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하다고 한 것 아닌가?
 
▲'언제'라는 말에 벌써 환율 전망이 들어간 얘기라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생각 하다 보면 점점 투기가 되니 조심해야 된다. '어떻게'는 다 장단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율헤지시 기업들이 염두해야 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환율헤지는 환율의 방향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 별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바른 환율헤지는 환율과 매출, 매출원가 등의 상관관계와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환율의 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축소하고 예측 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헤지포지션이 나도 모르는 사이 투기포지션이 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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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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