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상환 부담으로 부실위험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 앞으로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당분간 오름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2.7% '사상 최저'
24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68조4417억원으로 전년대비 5.5%(45조3693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1금융권인 은행은 457조8932억원으로 전년대비 3.1%(13조6142억원)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03년 14.3% 2004년 8.9%, 2005년 10.6% 2006년 13.3%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07년 5.0%, 2008년 6.8%, 2009년 5.4%, 2010년 5.4% 2011년 5.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올 1분기 4.1%, 2분기 3.1%로 낮아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과 강화된 건전성 규제 등으로 자산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둔 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향은 월별 추이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1월 5.1%, 2월 4.6%, 3월 4.1%, 4월 3.8%, 5월 3.6%, 6월 3.1%, 7월 2.7%로 통계작성 이래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은행권도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와 리스크관리 강화에 맞추기 위해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부실위험 '高高'..신용위험 1년새 13배↑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부실위험은 오히려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로 2006년 10월 1.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신용대출 연체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은 올해 1월 0.98%에서 4월 1.08%, 7월 1.13%로 높아지고 있다. 7월 말 현재 부채총액 대비 신규 연체발생액 비율 역시 0.20%로 전년 동월(0.13%)이나 올해 4월(0.15%)보다 높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이 줄어드는 대신 새희망홀씨대출 등 저신용자 대출 상품 수요가 늘어나 부실위험이 높은 대출이 늘어났기 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이 체감하는 신용위험도 급상승하고 있다. 향후 대출에 대한 은행권의 태도를 보여주는 한은의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은행 대출담당자들이 예상하는 신용위험 지수는 올3분기 38로 2분기에 비해 무려 16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 전 3에 비해 무려 13배 가까이 치솟았다.
신용위험이 38을 기록한 것은 카드사태가 터졌던 지난 2003년 1분기, 2분기 38과 44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경기침체와 은행의 건전성 관리 등으로 가계대출의 부도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총액과 다중채무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경기부진이 계속되며 가계 대출자의 부도 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고위험 고객들에게 서둘러 채권회수에 나서면 연쇄부실을 촉발시킬 수 있으므로 동시다발적 상환 요구를 막기 위한 금융권 공동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