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신익환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서민들의 대출이자 상환과 전세난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발표한 부동산 관련 종합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과 대출이자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 부담완화 대책이 요점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실제 시장에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점차 월세로 가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세제도를 떠받드는 내용의 대책을 내놔 실망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종합선물세트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한 계층과 효과, 도입 이유 등 정작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고 혹평했다.
박 후보의 대책에는 ▲하우스푸어 지분매각제도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행복주택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하우스푸어 지분매각..제도화는 힘들 듯
'하우스푸어 지분매각제도'는 집주인이 자신 소유의 주택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 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는 제도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집은 금융권과 공동명의가 되며, 집주인이 계속 거주하기 위해서는 공적금융기관에 전체 지분매입금의 6% 정도 수준인 사용료(이자+수수료)를 매년 내야 한다.
대상은 1가구 1주택 보유자, 수도권 6억원 이하 주택,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상한 80% 이하 주택이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공동 방안을 만들려면 외부의 자금 지원이나 정부의 보증 등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개별 은행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여당 대선부호가 내놓은 공약에 대해 금융당국의 수장이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약의 가치를 평가절하해 버린 것.
전문가들 역시 시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분을 나눠 매각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제도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분가격 책정과 추후 어떻게 지분을 처분할지 등의 명확한 해법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보다 더 세부적인 지침 마련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 공약의 허구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집주인 참여할리 없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제도는 수도권 지역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 주택 전세계약을 하려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임차인들이 활용할 수 있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고,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가 대출 이자를 대신 납부하는 형태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한다.
모든 집주인에게는 대출이자 상환 소득공제 40%가 인정되며, 3주택 이상 소유자일 경우 전세보증금 수입에 대한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대책에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핵심주체인 집주인들의 참여가 필수지만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 상품을 알아보고 각종 서류를 구비해 대출을 받는 수고를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팀장은 "현재 전세시장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집주인들이 참여할 지가 미지수"라며 "집주인들의 몇 푼 안되는 세제혜택을 보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비꼬았다.
박 팀장은 또 "재산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가 추가된 당근을 제시해야 집주인들이 그나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엿다. 현 상태로는 집주인들이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국유지인 철도부지를 활용해 고층의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 등을 건설해 주변 시세의 최대 절반 수준에 영구 임대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검토한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정부차원에서 검토한 바 있으나 소음 등 주거환경이 열악해 보류된 사안이다. 또 코레일이 역주변 유휴부지 개발 관련 민간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철도용지를 이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철도공사와의 협의, 진동과 소음 등의 주거환경 개선 등의 문제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박 후보자는 주택연금제도 가입 기준을 현행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채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주는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내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에서 갑과 을이 분명한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를 이런 정도로 뒤바꾸라고 하는 듯한 뉘앙스"라며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현실이 어떤지 좀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