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피해자의 계좌에서 180만원이 무단 인출돼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을 통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주민등록번호와 텔레뱅킹에 필요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의심없이 개인정보를 넘겼고, 사기범은 박씨의 계좌에서 모두 11차례에 걸쳐 2800여만원을 이체했다.
최근 주춤하는 듯 보였던 보이스피싱 피해가 텔레뱅킹과 피싱사이트를 중심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 8~9월 중 발생한 텔레뱅킹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은 32건, 피해액 4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주로 50~70대의 자영업자와 고령층이 대상이었으며, 과거 월별로 한두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텔레뱅킹은 인터넷뱅킹과 달리 다른 사람이 이용할 때 공인인증서 재발급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이용정보 유출에 따른 사기피해에 취약하다.
최근 사기범들이 인터넷뱅킹 대신 텔레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피싱을 시도하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의 홈페이지를 사칭한 가짜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하는 피싱사이트도 이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피싱사이트 차단 건수는 6월 920건, 7월 280건, 8월 284건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20일까지 300곳의 피싱사이트가 차단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피싱사이트에 의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도 함께 증가해 9월중에만 122건, 피해금액은 8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텔레뱅킹 사전지정번호제에 가입돼 있더라도 인터넷 교환기를 통해 발신번호 조작이 가능하다"며 "본인 외에는 어느 누구도 텔레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니 안심하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부원장보는 또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수신된 금융회사 및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는 반드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정확한 주소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8일 금융회사들에게 SMS인증절차 추가 등 보안성강화 조치를 마련토록하는 한편, 홈페에지에 텔레뱅킹을 통한 보이스피싱 주요 문구를 게재하고 텔레뱅킹 이용 고객에게 주의 문자를 발송하도록 지도했다.
이날부터는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거나 1일 300만원 이상을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할 경우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조성래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현재 시행중인 관련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실시한 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8월까지 월평균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60억원(551건)으로 전년도 월평균 85억원(687건)보다 30%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