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기부진으로 유발된 경기침체다 보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극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시들고 있다. 내수부양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비가 살아나야 하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지갑을 닫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은 5개월째 뒷걸음질쳤고, 백화점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지난 17일 대형마트 3사와 백화점 3사의 지난 8월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 대형마트 매출액은 평균 3.3% 줄었고 백화점은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철 대목 '약발'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소득세 원천징수를 줄이고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소비진작을 위한 대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특히 시장에 돈이 풀리려면 베이비부머 세대를 전후한 연령대들가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부터 쓰게 만드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도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경기 위축, 미래 경기 우려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노후 준비가 이유 중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기대 수명 90세시대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년 단위로 5년 정도의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남녀 9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세까지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28.7%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노후 생활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기대수명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노후 준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80세까지라고 가정하더라도 60세까지 약 30년 동안의 소득활동으로 축적한 자산으로 20년간 소비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는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노후자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돈이 있어도 지갑을 열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업계는 블루오션인 노후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100세 시대를 위한 자산 관리라는 명목하에 연금, 자산관리 등으로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위기의식 조장 역시 지나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노후 준비를 위한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모든 계층이 골고루 노후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진 사람들 위주로 더 많이 노후 자금을 축적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금이 돌아야 내수부양을 꿈꿀 수 있지만 유동 자금들이 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가진 사람들의 지갑을 열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오래 쓰기 위해 묶어두고 있는 현실이다.
내수부양과 100세시대 노후준비 간 딜레마에서 정부가 내놓고 있는 소비진작 대책들이 과연 소비심리를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반짝 지갑을 열게 하는 단기적 대책은 소용 없다. 베이비 붐 세대를 비롯해 은퇴 후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사회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안정적 내수부양의 해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