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복지공약 남발은 재정의 악순환만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질적인 재원대책 없이 복지공약을 실현할 경우 소요될 비용은 결국 세금을 늘려 충당하거나 국가채무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재정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한국재정학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복지정책과 복지재원' 정책토론회를 열고,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장기·안정적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서 '복지재원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대책이 없는 복지공약의 남발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며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수용한다면 재정의 악순환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하 교수는 "결국 소요될 복지비용은 조세를 늘리던지 국가채무를 늘려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20% 규모의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현재보다 갑절 많은 세금 부담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처럼 복지 지출은 늘리면서 세금은 올리지 않는 부채 증식의 복지는 이미 선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며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심성 복지지출도 포퓰리즘이지만 필요한 복지재원을 조세가 아닌 정부채무로 해결하는 것은 더 심각한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복지지출 확대는 국민이 조세로 부담할 용의가 있는 한계까지 가능하고, 그 한계선이 고부담·고복지라 하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선택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저부담·고복지 같은 조합은 선택가능하지 않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포퓰리즘 복지정책과 재정건전성'이란 주제의 발제에서 "향후 5년간 소요될 양당의 복지공약 비용은 간접비용을 포함해 새누리당 총 270조원(연평균 54조원), 민주통합당의 경우 향후 5년간 총 571조원(연평균 114조원)"으로 추정했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양당의 복지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할 경우, 국가채무 비중이 60%를 초과하는 시점이 새누리당은 오는 2022년, 민주통합당은 2017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현행 복지체계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추정된 기준 전망에 비해 새누리당 15년, 민주통합당은 20년을 앞당겨 재정의 지불능력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세금을 통해 복지비용을 조달할 경우, 새누리당의 조세부담률은 오는 2013년 23%에서 2050년에는 29.6%까지 증가하고, 민주통합당은 23.5%에서 2050년에는 33.1%까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준 전망에 비해 새누리당의 조세부담률은 최고 약 4%포인트 증가하고, 민주통합당은 최고 약 10%포인트 증가해 재정의 안전성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양당의 복지공약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지불능력, 안정성, 성장, 공정성 측면에서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평가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의 경우 각국이 선거 2주전까지 의무적으로 재정보고서를 작성해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사전에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선거관리위원회랑 같이 작성해 발표했지만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해 못하고 있는데 공무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기운 교수는 "늘어나는 복지재원은 조세를 늘려 마련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조세를 내지 않는 기업과 개인 등이 절반이 넘어 조세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조세를 다 낼 수 있도록 국민개세주의를 조성해 조세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복지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낮은 법인세, 소득세부터 높여 세입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영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 국장은 "스웨덴의 경우 초창기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갔으며 일하는 복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어떻게 고용과 복지를 연결해서 일하는 복지를 구현할 것인지 실질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류호영 국장은 "복지프로그램들 등 국가정책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재정의 효율성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문제들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