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경기 침체와 은행권의 대출 억제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을 1년 연장하고 은행권 공동 지원책 마련 등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27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은행의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 선정업체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55개(잠정치)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861개에서
2010년 1290개, 2011년 1129개에서 올해 1355개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데다 내수부진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중소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금융위기 여파로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 2009년 8월 69.1%이후 가장 낮았으며 소기업 가동률은 68.2%까지 하락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이 집중된 건설·부동산·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3.7%, 3.1%, 1.9%로 중소기업 평균치인 4.5%를 크게 밑돌았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직간접 자금조달시장은 대부분 대기업 차지인 데다 이자부담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2배 이상이었다.
상반기 중 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 발행은 전년대비 10% 감소했는데 이 중 99.9%가 대기업이었다. 기업공개(IPO)시장에서도 중소기업의 비중은 55.6%로 예년 평균 80%를 크게 밑돌았다.
발행금리 역시 중소기업 중심의 BBB-등급은 평균 9.98%로 대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AA- 등급 회사채 금리인 4.16%의 2배 높은 수준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들은 금융위기때보다 더 심하게 기업 대출을 조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말 대비 4.6%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0.8%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의 대출 억제가 심했던 2010년의 2.0%증가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정귀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축소와 자금확보에 나선 대기업과 달리 외부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갈수록 자금확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2009년 발행된 3년물 회사채 만기가 올해 집중돼 있고 이 중 비우량 등급(BBB+ 이하)이 16%에 달해 중소기업들의 상환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을 1년 연장하고 은행권 공동 지원책 마련 등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지원에 나섰지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연구원은 "정부는 보다 원활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 금융지원 외에도 신용보강을 통한 금융권의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권 역시 적극적인 유망 중소기업 발굴과 금융지원을 확대해 보다 정교한 개별기업평가를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기업 현금흐름 불안의 원인(일시적 또는 구조적) 파악과 반영이 가능한 평가체제의 보완 ▲기업여신 담당자의 면책 범위 확대 ▲다양한 기업 금융상품 개발 등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