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추석 연휴 이후 채권시장은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제한적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만치 않은 채권금리 레벨부담도 매수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채권강세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은 더욱 무게가 실렸고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 우려가 재차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담을 만큼 담았다"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 전문가들은 금통위 시계가 여전히 ‘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9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총액한도대출 증액을 통해 통화완화정책이 진행 중임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이 실시되며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및 내수둔화 지속에 따른 통화완화 정책 지속성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와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에 따른 부담 속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4분기 중 10월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11월과 12월은 정치적 변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시장에 왜곡되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정임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계속해서 GDP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언급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의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에 10월 금통위에 대한 기대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전소영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은 이미 7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꾸준히 시장의 심리를 롱으로 유지한 원동력이었다”며 “하지만 하반기 내내 작용했던 인하 기대감은 두 차례 이상에서 한 차례로, 이제는 추가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미 채권금리 레벨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을 반영한 만큼 오히려 시장에서 기대하던 통화정책 이벤트가 해소되면 심리가 급격히 약세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0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막론하고 기준금리의 역전은 해소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기준금리 동결기조가 계속될 경우 경기측면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듦에 따라 매수세는 크게 낮아지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채금리는 상승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가 10월이나 11월 중에 단행될 경우에는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역전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며 2.75%로 조정되고 국채금리는 추가 하락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역전현상이 해소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시간이 갈수록 역전현상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QE3 이후, 남은 건 스페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QE3 정책 시행으로 인한 선진국 국채금리 상승세 전환도 10월 채권시장이 주목해야 할 변수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양적완화정책은 대체로 위험자산 가격상승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통상 채권금리의 하락이 두드러졌지만 단기적으론 경기회복 기대감이 작용하며 위험자산 가격 상승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실물경제가 회복되느냐다.
전소영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동조화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국내 채권시장도 미국 경기회복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Fed에서 강조했던 미국의 고용지표 회복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QE2가 QE1 만큼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만큼 QE3를 통한 지표개선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비농업부문 고용이 10만명을 하회하는 등 고용부진이 나타나고 있지만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할 정도의 전반적인 경제지표 악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이 또 다시 자산시장 주변에 맴돌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승 연구원은 “QE3의 효과는 이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FRB의 정책수단을 모두 소진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통화정책의 종언’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경제 회복에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란 부연이다.
ECB의 채권무제한 매입 조치로 인한 대외변수 불안요인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점은 시장분위기에 전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1단계 조치는 마무리됐다고 평가한다”며 “이번 채권 무제한 매입 조치로 인해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조달금리 하락, 롤 오버 효과가 예상됨에 따라 유동성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건 스페인이다. 스페인이 재정지원을 망설일 경우 국채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중앙정부의 자금조달은 필수적인데 현재 낮은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스페인 정부의 자금조달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감안할 때 결국 ECB의 채권 매입을 위해 스페인은 9월말 경제개혁안 발표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