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나친 금리 완화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의 완화 조정이 불건전한 한계기업이 장기간 생존하는 환경을 조성해 건전한 기업의 경제활동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등 경제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2일 공개한 '2012년 제17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일본이 1990년대초 시작된 거품경제의 붕괴에 대응해 완화적 거시정책은 적극 시행하면서도 기업, 금융부분의 구조조정에는 소홀해 경제의 성장동력을 훼손한 것이 장기불황의 근본원인"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내 거시정책은 글로벌 경기부진에 대비해 정책여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하강국면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과잉설비와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역량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금리 인하로 인한 거시경제적 기회비용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내부적 완화 정책만으로 경기기조를 전환시키기는 어렵다"며 "거시정책의 중장기적 방향설정 측면에서 볼 때 국내 경기의 저성장 추세에 대비해 수요 진작을 위한 단기적 경기방어 정책을 펴는 것은 적절한 처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금통위원은 "과거 고도 성장기 때와 같이 경제 성장률의 절대적인 수준에 집착하는 자세를 버리고 국내외 경제여건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안정적 성장기조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언급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대내외 경기 악화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통화정책의 대응시기는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점을 감안하여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의 고용시장 개선 지연, 유로지역의 재정 및 금융위기의 실물부문 파급, 신흥시장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금리는 현 수준으로 동결하고 대내외 경제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대한 기대 등으로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시중자금 흐름의 단기 부동화, 위험추구 성향 강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심각성도 논의됐다.
한 위원은 "지난 7월 기준금리 하향조정이 금융시장과 실물부문에 미치는 주요 효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부각된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를 야기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및 곡물가격 불안 등 공급측면에서의 물가상승 리스크 요인이 잠재되어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 가계나 영세 자영업자의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통화신용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제약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