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위험수준에 도달해 관리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국가신용등급 상향에도 공기업의 신용등급은 현재 그대로여서 부채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윤호중 의원은 "기재부는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무슨 커다란 성과인양 자랑하지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국가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국제투자자의 입장에서 이 정부에 돈을 빌려줬을 때 못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공기업과 정부를 분리해서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은 상향됐지만 공기업의 신용등급은 현행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신용등급과 같이 조정했지만, 이제는 국가신용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공기업의 부채수준을 위험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는 올해 485조원으로 전년대비 41조원(9.2%) 늘었다. 작년에 비해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4.6%로 추정되는 경제성장률보다 2배가 넘는 부채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현 정부 들어 지나치게 증가했다. 286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 2007년말 249조원에서 올해 485조원으로 5년새 95%(236조원)이나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5년간 2배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정부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된 손실보전 공공기관의 부채는 작년말 공공기관 총 부채의 54%인 252조원에 달하고 있어 향후 국가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의원은 "기재부가 지난달 '2012~2016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확정하고 자산 2조원 이상 41개 공공기관에 대한 재무관리 방안을 발표했으나 대부분의 대책이 모니터링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따라 "우선 공공기관 부채를 발생 원인에 따라 구분하는 '구분회계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기관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채의 책임성 강화가 중요하며 부채 중 당해 기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부분과 정부 정책에 의한 부분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정부의 보전손실이 의무조항으로 돼 있는 기관들의 채권발행은 별도로 집계하고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금융부채 조달한도를 법으로 제한하고 공공기관의 사채발행은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의 특성상 자산청산이 쉽지 않아 더욱 철저한 부채관리가 필요하다"며 "구분회계 실시확대와 손실보전 공공기관의 채권발행 관리강화를 도입해 올해부터 적용하는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단순한 모니터링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채관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