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한은이 상환일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정부에 올해 약 42조 100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낙연(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총 14회에 걸쳐 42조1천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고금관리법 32조는 "국가가 국고금 출납상 필요한 때에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시 차입의 경우에는 매년 국회에서 최대액을 의결하면 그 범위 내에서 한은이 정부에 대출을 시행한다.
정부의 한국은행 차입금은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9년 22조9172억원에서 2010년 46조4872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13조8272억으로 주춤했다 올해 다시 폭증했다. 정부의 올해 재정증권 발행 규모는 8월기준 총19조원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정부가 일시부족자금 조달을 위한 재정증권 발행보다 한은 차입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재정증권은 조달절차가 복잡하고 상환시기 제한 등 신축적인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기획재정부의 경우 2006년부터 2011년3월까지 재정증권은 한차례도 발행하지 않고 한은 차입으로만 부족자금을 조달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은이 정부가 손쉽게 돈을 꺼내쓸 수 있는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또 "재정증권은 민간자금을 빌렸다 돌려주는 방식이지만 일시차입금은 통화량 증가를 가져와 물가상승 가능성 등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악영향을 준다"며 "선진국들은 중앙은행이 정부에 자금대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차입금 상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국고금관리법 32조 2항에 따르면 차입금 상환은 "그 회계연도의 세입으로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상환일을 특정하지 않고 회계연도 마지막 날 전까지만 상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금통위는 정부의 일시차입 시 '대출의 차입시기, 규모, 기간에 대해 한국은행과 협의해야 한다'는 대출조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조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기재부가 한은에 보낸 일시차입 공문에는 "상환기한 : 2012 회계연도내의 세입으로 상환"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낙연 의원은 "한은이 정부에 돈을 조건도 없이 빌려주니 정부가 마이너스 통장처럼 3조, 4조원씩 필요한 만큼 빼 쓰고, 갚고 싶을 때 갚는 것"이라며 "대출시에 상환일을 약속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는 당연한 요구도 못한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