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돼지고기 값은 정처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소비자가 돼기고기 가격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잡한 유통 구조 탓에 중간업자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잣대 없는 공급 정책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평균 3242원으로, 올 1월에 비해 40% 하락했다.
최근 돼지 출하 가격은 킬로그램(㎏)당 27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마지노선인 4000원인 것에 비하면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돼지출하의 적정선을 108㎏으로 볼 때 돼지 한 마리를 출하할 때마다 약 14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돼지고기 값이 급락한 것은 정부가 돼기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공급 및 가격 위주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삼겹살이 한때 '금(金)겹살'로 불리자 정부가 돼지고기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시 330만마리의 돼지를 땅에 묻었다. 동시에 수입 삼겹살에 무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돼지 공급량과 물가를 관리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3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돼지 사육 마릿수는 993만7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증가했다.
돼지고기 공급 과잉으로 축산농가의 하소연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돼지고기 공급 적정화를 위해 나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8일 돼지고기 도매시장 가격이 ㎏당 3500원 이하일 경우 2000마리를 비축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또 돼지 뒷다리살 가격이 3300원 이하일 경우 시세로 매입해 2만t을 비축키로 했다.
돼지 공급이 늘었음에도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가격은 200g당 8000~1만2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겹살 식당 판매자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내 한 삼겹살 식당을 찾은 윤 모(51세)는 "열심히 일한 후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는 것이 삶의 낙 중에 하나였다"면서 "그러나 언젠부턴가 삼겹살 값이 부담스러워지면서 더이상 서민음식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식당 판매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지 가격 하락에도 시중 음식점 삼겹살값이 그대로인 것은 식당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닌 여러 단계의 유통구조 탓이라는 얘기다.
전남 순천에서 삼겹살 집을 운영하고 있는 배 모(58세)씨는 "손님들이 뉴스를 보고 돼지고기 값이 내렸다는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값은 왜 똑같냐고 따지는 분이 많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삼겹살 공급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겹살이 유통되는 경로를 보면 '농가→도축·가공→도매유통업체→정육점·식당→소비자'로, 각 단계를 거칠수록 가격이 오른다.
따라서 축산농가와 식당업자 사이의 있는 유통업자들이 그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 농협 한 관계자는 "국내 축산물 유통 특성상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서 현재 도축·도매·유통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