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들을 상대로 회사 홍보활동을 강요하거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항이 포함된 이른바 '노예계약서'를 체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불공정계약서에 서명한 연예인 중에는 현재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톱스타'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8월 국내 10개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354명의 전속계약서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이중 204명의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전속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팬텀엔터테인먼트, 예당엔터테인먼트, IHQ, 올리브나인, 엠넷미디어, 비오에프, 웰메이드스타엠, 나무액터스 등이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연예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톱스타를 보유한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기획사들은 해당 연예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회사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각종 홍보활동과 행사에 연예인들이 무상으로 출연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또 연예인이 자신의 위치를 항상 회사에 알리도록 하고 학업, 이성교제 등 사생활 역시 회사와 상의한 뒤 '지휘, 감독'을 받도록 강요했다.
이와 함께 기획사가 연예인의 모든 활동에 대해 일방적으로 승인하고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어 연예인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해왔다.
심지어 연예인의 동의 없이 기획사가 '갑'의 지위를 다른 기획사에 통째로 넘길 수 있는 조항까지 만드는 등 '을'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계약 주체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까지 마련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전속계약을 맺은 연예인 중에는 이미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연예인도 포함돼 있다"며 "이같은 계약 내용은 주로 신인 연예인들에게 적용됐지만, 그 사이 인기를 얻어 누구나 알 만한 연예인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획사들은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10개의 전속계약서 유형 중 모두 46개 조항을 자진수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연예계에서 지속된 불공정거래 관행이 시정돼 앞으로 연예인의 권익보호 등 공정한 계약관행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