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대중적인 공연장을 표방하는 충무아트홀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자체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간택된 작품은 인기 있는 오페라 중 하나인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다채롭고 풍성한 가수들의 목소리가 베르디 오페라 특유의 극적인 맛을 잘 살렸고 관객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단순한 무대연출, 지나치게 친절한 무대설명 등 일부 아쉬운 점도 남겼다.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된 공연 중 기자가 본 것은 소프라노 박재연이 비올렛타로, 테너 최성수가 알프레도로 나선 둘째날 공연이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평범한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 오페라는 '프리마 돈나의 오페라'라고 불릴 만큼 소프라노의 활약이 중요하다. 주인공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는 환락에 찌든 여성에서 고귀한 영혼을 지닌 기품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변화무쌍하게 변모해야 한다. 소프라노의 매력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상당히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비올렛타로 분한 소프라노 박재연은 처연한 목소리에 정열적인 연기를 더해 개성 있는 비올렛타를 표현해냈다. 극 초반 고음부분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1막 2장부터 차차 여유를 되찾았다. 서정적이고 처연한 멜로디는 물론, 복잡한 장식음도 무리없이 소화했다.
알프레도 역할의 테너 최성수는 지성적이고 차분한 느낌에서 사랑에 상처입고 절규하는 느낌으로 목소리의 변화를 주며 남자 주인공다운 매력을 뽐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이자 장사꾼인 제르몽 역을 맡은 바리톤 유승공 역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을 집으로 돌아오게끔 설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했다. 다만 사회적 신분이 낮은 비올렛타를 교묘하게 설득해 자신이 속한 부르주아 사회의 안전을 지켜내는 장사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점잖은 신사의 모습으로 일관해 다소 아쉬웠다.
극중 비중이 작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가수는 사교계를 드나드는 귀족 가스톤 역을 맡은 조민규다. 조역이지만 여유 넘치는 목소리로 단번에 관객의 귀를 사로잡아 커튼콜에서도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합창을 맡은 인천오페라합창단은 '축배의 노래', '집시의 합창' 등을 통해 조화로운 화음을 선보였으나 존재감이 다소 미약했다. 음의 강약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숙한 척하는 부인들의 속물적인 모습을 극대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오케스트라 연주다. 최영선의 지휘는 다이내믹했지만 섬세함은 떨어졌다. 오케스트라 소리얼 필하모닉의 연주는 조율되지 않은 듯한 거친 음색 때문에 한참동안 귀에 거슬리기도 했다. 특히 처연한 현악기 선율이 돋보이는 전주곡을 예상보다 큰 볼륨으로 처리해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무대는 입체적으로 표현됐지만 새롭지는 않았다. 높은 기둥의 무도회장, 연인들의 숲속 도피처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는데 다소 밋밋했다. 평범한 세트에 분위기를 더한 것은 섬세하게 사용된 조명이다. 비올렛타가 알프레도에게 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 무대는 미세하게 밝아지고, 비올렛타가 죽음을 맞을 무렵에는 침실에 푸른 회색기가 도는 등 조명은 과하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돼 만족스러웠다.
특이했던 점은 스크린의 사용법이다. 무대전환을 위해 중간중간 막이 내릴 때마다 무대 양 옆 스크린에는 스태프들이 무대를 전환하는 모습, 베르디 오페라에 대한 해설 등이 투사됐다. 충무아트홀의 첫 자체제작 오페라인만큼 극장 고유의 대중적 색깔을 드러내려는 야심찬 시도로 읽혔으나 극에 몰입하는 데는 다소 방해가 됐다.
예술총감독 박세원, 출연 김은경, 박재연, 박세원, 최성수, 한경석, 유승공, 윤정인, 전준한, 김민석, 손철호, 김현호, 조민규, 이은송이, 손희진, 김승윤, 오케스트라 소리얼 필하모닉, 지휘 최선용, 최영선, 합창 인천오페라합창단, 음악코치 권경순, 무대감독 장재호, 무대디자인 이학순, 조명디자인 고희선, 의상디자인 조문수, 분장디자인 구유진, 안무 이고은, 충무아트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