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방배동에 ㄷ아파트에 거주하는 호원진(가명)씨는 최근 부동산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기분이 좋다. 1년전 일대 매물로 내놓았던 집을 보러 오겠다는 전화다. 집값을 두 차례나 내렸는데도 깜깜무소식이던 중개업소에서 최근 연이어 전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매수자 등장에 본전 생각으로 가격을 조금 올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중개업소에서 만류한다. 하지만 집값 하락과 이자 빠져나가는 소리에 더 이상 몸서리치지 않아도 돼 마음이 홀가분하다. 7억원에 매입했던 이 아파트는 6억3000만원에 매수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지원(가명) 대표는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외 투자용으로 2채를 더 가지고 있다. 용인 아파트 시장 침체로 헐값에 두 채를 매입했지만 가격은 더 떨어졌다. 시장 회복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지만 대출 이자로 보유하기에는 다소 버겁다. 결국 일대 부동산에 두 채 모두 매물로 내놓기로 했다. 최근 매수세가 살아난 것을 체감하고 있는 박 대표는 지금이 아니면 매도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매수세가 늘었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취득세 50% 감면 혜택 종료일이 다가오며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동시에 장기 침체에 지친 매도자들은 이번을 기회로 삼아 물건털기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정한 취득세 50% 감면 일몰일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3개월도 채 안남았다. 잔금청산 시점이 감면 기준일임을 감안하면 기한은 더욱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값 상승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에 적합한 물건 찾기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치동 ㅌ공인 대표는 “계약 후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연달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매물 확인 작업에 분주하다.
장기 침체에 지친 매도자 역시 올 해를 매도 기회로 보고 시장 동향 파악에 분주하다. 일부 매도를 망설이던 소유자들조차 매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 침체에 지친 탓에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몸이 달았다”며 “문의 전화나 방문의 상당수는 집을 내놓거나 매수세들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고 전했다.
매수세가 살아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상승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매수 의향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급매물로 나온 물건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진구 더샵공인 장성욱 과장은 “취득세 혜택을 보기 위해 실수요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매수세가 떨어져 나간다”며 “좋은 물건이라 해도 감면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