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국감)'검찰이 경찰에 우호적인 의원들 내사' 논란

박영선 법사위원장 "대검 범정단에서 살생부 만들어"

입력 : 2012-10-16 오후 7:58:47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활동 당시 경찰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검찰이 내사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 국정감사 현장에서 여·야 의원간 고성과 함께 날선 공방이 오갔다.
 
16일 열린 서울고검·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박영선(민주통합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사개특위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비공개 논의 발언록이 유출된 뒤 경찰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던 의원들을 대검찰청 범정기획관실에서 내사했다"며 "한 언론사를 통해 발언록이 공개되면서 일종의 살생부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정기획관실 수사관들이 이주영 의원, 주성영 전 의원(이상 새누리당), 박지원·박영선·김동철 의원(민주통합당)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당시 '살생부'에 포함된 저와 박지원 대표에 대해서는 지금도 내사를 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대검 범정기획관을 역임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준 3차장검사는 "구체적인 일을 몰라 말씀을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면 대검 범정기획관실은 구체적 범죄 혐의 외에 말씀하신 범죄정보와 관련 없는 동향파악은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오전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국정감사 전부터 요청했는데 자료를 주지 않는다"며 자신의 '출입국 관리 로그인 기록'을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되도록 검찰이 관련 기록을 제출하지 않자, 박 위원장은 전현준 3차장을 증인석으로 불러 "지금까지 나와 관련해 범죄정보 보고서를 만들었던 것 전부를 제출하라"면서 "내가 해외출장을 왜 갔는지, 국회에서 비공개로 회의한 나의 발언내용까지 검찰 상부에 전부 보고한 것을 다 아는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전현준 차장이 "박 위원장이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지 모르겠고, 저는 현재 서울지검 3차장으로 와있기 때문에 대검 소관 업무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본인이 기획관으로 있을 때 (나에 대한 뒷조사가)제일 심했다. 지금의 범정기획단은 오히려 자제하는 중"이라며 "내 이름으로 되있는 보고서가 보관돼 있는 거 다 안다. 제출해라. 거짓말로 증언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15분간 휴정시간이 지나고 나서 첫 질의에 나선 김진태 의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13조 1항에 따르면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해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며 "법사위원장인 박 위원장이, 검찰에 본인의 출입국 자료를 내라고 하면서 강압적으로 겁박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 막중한 직분을 활용하는 것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의원은 '13조 1항'을 무리하게 해석했다"며 "국회의원의 신분은 이중성이 있다.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이 겹치는데, 의원으로서 사찰을 당했다면 당연히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법사위원으로서의 본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박 위원장은 "김 의원이 지금 이 자리에서 13조 1항을 언급한 것은 검찰 내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김 의원 스스로가 이 법을 찾아서 발언한 것 같지 않다. 검찰 누군가가 이 발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출입국 로그인 관리 기록을 두고 어제 검찰·법무부와 언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랑 김진태 의원의 말이 똑같다. 내가 문제를 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관련된 것이다. 개인의 출입국 기록을 열어본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범법 행위"라고 질타했다.
 
또 "그동안에 무슨 세금을 냈는지, 출장을 다녀왔는지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다면 김 의원은 아무렇지도 않은가. 우리나라 국민이 '검찰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여기에 나와있는 어떤 검사에게도 그런 조언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무리 법사위원장이더라도 국회의원을 향해 '본인이 찾아본게 아니라 누군가가 전해준것  같다'고 말한게 적절한가"라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그럼 제가 이번 일을 수사의뢰를 하는게 낫겠나"라고 맞받았고, 국정감사장 내부에서는 여야 의원들간에 "위원장, 법에 나와 있는걸 지적하는데 수사의뢰를 한다니 무슨 말인가", "이거 뭐하는건가" 등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에 박 위원장은 "짐작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다"며 "김 의원이 '아니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과하겠지만, 저는 이것을 끝까지 알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박 위원장이 요구한 자료는 지난 워크숍때 야당 국회의원 8명이 심사숙고해서 서명한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개인적인 분함 때문에 했다고 하는건 잘못된 표현"이라고 박 의원을 지원했다.
 
이에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13조 1항은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이를 김 의원이 지적한 것 아니냐"며 "박 위원장이 '범정에 내 뒤를 밟고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자료를 요구하니까, 결국 본인의 사건이 아니냐고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국감장 내 날선 분위기는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겁박해서 질의하냐'는 표현은 자제하도록 하고, 이 정도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하자"고 수습에 나선 뒤에야 수그러드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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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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