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세청이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발급, 탈세를 도운 단체들을 적발했지만, 적발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부금을 이용한 탈세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무소속) 의원이 18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국세청에서 2009년과 2010년 2년간 적발된 가짜 기부금영수증 발급단체는 73곳에 이르며 이들이 발급한 가짜 영수증규모는 2416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46억원 상당을 추징했지만, 앞으로 가짜영수증 발급을 하지 못하도록 명단을 공개하거나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취소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현행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거짓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단체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은 명단이 공개된 허위영수증 발급 단체를 지정기부금 단체에서 지정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할 경우 일반인은 소득공제 혜택을, 기업은 비용처리를 통한 세제혜택을 받는다.
박원석 의원은 "국세청이 작년 12월에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적발된 불성실기부금 수령단체의 명단공개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명단공개가 유보됐다"며 "사실상 국세청이 불법기부금 장사를 묵인, 방조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적발한 가짜 기부금영수증 현황이 실제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세청의 조사방식이 과세기간 종료 후 2년 이내에 100만원 이상 기부금을 영수증처리한 납세자의 0.1%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기부금영수증 쪼개기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표본조사 확대와 조사대상 기준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짜 기부금 발급자는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하고,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구입하는 사람은 가산세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