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우리나라가 환경분야 세계은행 격인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외교적 성과로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금유치규모가 정해지지 않은데다 관련 경제효과도 부풀려져 있어 향후 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GCF기금유치방법은 190여개 회원국별로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개도국들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선진국들은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를 조성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회원국간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지난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된 기금모금규모에 대한 해석차 때문이다.
당시 총회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개도국과 개금부담을 많이 하게 될 선진국간에 서로 유리한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사무국 유치국인 우리나라의 해석도 명확하지는 않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GCF 사무국의 송도유치가 확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공감대를 얻고 있는 해석은 2020년까지는 연간 1000억달러 조금 모자라는 선에서 조성하다가 2020년 이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등 향후 세계경제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은 선진국이 중심이 될 기금조성의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캐나다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가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베리 캐린 CIGI 선임연구위원은 "EU와 미국의 재정상황을 볼 때 선진국이 연간 1000만달러를 모으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금의 사용처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녹색기후기금에 대해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개도국은 기후변화 적응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와 인천시가 홍보하고 있는 GCF의 경제효과도 적잖이 부풀려져 있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GCF에 500여명의 사무국직원이 상주하면서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각종 소비활동을 하게되며, 각종 회의와 숙박 등으로 연간 3800억원의 경제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 나아가 박재완 장관은 유치국 선정 당일 "'초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가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고까지 경제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GCF의 비교대상으로 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상황을 보면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라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
IMF의 경우 직원수는 GCF의 5배인 2500명이고, WB는 1만2100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ADB역시 3000명의 직원으로 GCF보다는 월등히 숫자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격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있지만, 원자력발전사업에 매달리고 토목사업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내 현실은 녹색기후기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원전확대와 4대강 사업을 중점 추진하면서 녹색성장의 의미와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