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정책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 후보 단일화가 추진되더라도 정책 비교와 검증이 졸속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단일화 추진 일정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발표한 안 후보의 고용·노동 정책 중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내용을 보면 구체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에 소요되는 재원, 그 재원의 마련방안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안 후보의 고용·노동 정책 발표를 맡은 정병석, 장하성 교수는 "일자리 몇 십만개, 몇 백만개 늘리겠다고 하지 않은 것과 같이 수량적 목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밝히면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일과 14일 발표한 정책비전과 재벌개혁 관련 정책 발표에서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언제까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만 발표할 것인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여야 모두 안 후보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병수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7일 안 후보의 정책비전 발표에 대해 "역시 애매모호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작 과거에 거론된 정책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상일 공동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안 후보가 제시한 7가지 비전은 '좋은 말들의 모음'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지 않아 '역시 아마추어"라며 "'준비는 언제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도 22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안 후보가 정치개혁의 3대 조건으로 밝힌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철폐'에 대해 "아직까지는 추상적인 방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과 실천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듣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측은 매주 나오는 정책들에 대해 총론에서 각론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안 캠프의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지난 8일 MBC라디오에서 "앞으로 분야별로 매주 내용이 나오고 그것들을 종합해 다음달 10일 종합 공약들이 제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호기 교수는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떤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거시적인 비전에서의 정책의제로, 다시 정책대안 및 공약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상적인 정책문제는 단일화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25일 후보 등록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단일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20일까지는 단일화를 완료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안 캠프가 다음달 10일에 종합 공약을 제시할 경우 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열흘 정도에 불과해 촉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책 검증을 통한 후보단일화가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 캠프가 줄곧 "단일화는 국민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상적인 안 후보의 정책이 향후 후보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