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GCF 사무국 유치..'독'이 된 OECD 샴페인 기억해야

입력 : 2012-10-23 오후 4:00:00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12월 이시영 당시 주프랑스 한국대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서를 수탁국인 프랑스 정부에 공식 기탁하면서 OECD의 29번째 정식 회원국이 됐다.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이 결정됐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며 축배를 들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사교클럽으로 불리는 OECD 가입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기간을 단축하고, 통상문제에도 사전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OECD 가입을 위해 금융 산업 분야도 활짝 개방했다. 언론들 역시 ‘곧 영국도 따라 잡는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자만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고, 1997년 12월3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세계적 ‘치욕’을 겪어야 했다. OECD 가입 1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 온 것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국제사회의 비아냥거림이었다.
 
지난 20일. OECD 가입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낭보’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인천 송도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했다는 소식이었다.
 
‘쿠테타가 일어났다(유럽 반응)’,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청와대 반응)’, ‘도박으로 시작했는데 대박이 됐다(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는 등 찬란한 찬사들이 쏟아졌다.
24개 GCF 이사국 중 유럽 국가가 9개국인 데다, 대부분이 기후변화 분야 세계 2위의 원조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승리를 점치는 상황에서 14개월 만의 글로벌 수준의 쾌거는 꽤 드라마틱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연간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915명의 고용효과를 예상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 지역경제에만 연간 1900억원의 경제효과를 계산했다. 주재원 규모는 2020년께 8000명 이상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GCF 사무국 유치 소식을 듣자 만사 제쳐놓고 전용헬기를 타고 송도로 날아간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벌써부터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금 규모에 대한 모호한 규정으로 정확한 규모와 용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기금 사용처에 대해서도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개도국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며 의견이 나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한국 주도의 첫 녹색전략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협정안이 국회 비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녹색기술을 담당하는 녹색기술센터(GTC)·녹색 금융지원을 담당하는 GCF와  함께 구축돼야 할 ‘그린 트라이앵글(녹색 삼각축)’ 구축도 쉽지 않다.
 
GCF 사무국 유치에 들떠 있는 정부를 보며, 샴페인이 ‘독’이 된 OECD 가입 사례가 오버랩(Overlap)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시작이다.
 
혹시 모를 선진국의 생색내기 기금 배분이나, 외교 관계 등 국익을 위한 기금 사용, 불평등적 기금 배분, 기금 사용처, 기금 규모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북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송도에 다녀온 후 페이스북에 “가슴이 벅차 배고픈 줄 몰랐는데 이제 늦은 점심을 한 술 떠야 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과연 지금 정부 앞에 차려진 상이 ‘축하상’인지, 아니면 떠들썩하게 국제기구를 유치한 정부의 능력을 세계가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험대’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
 
이승국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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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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