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우리나라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5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제 163회 토지주택채권의 신용등급을 회사채 신용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AAA'로 평가했다. 등급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주택채권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제180회 특수채 신용등급을 각각 'AAA'로 평가하며, 등급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이는 공공성이 높은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준독점적인 사업기반에 따른 우수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데다 정부의 높은 지원 가능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수행사업의 공공성이 매우 높다.
특히, 정부의 전국적인 토지·주택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우수한 사업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에도 수행사업에 있어서 준독점적 지위가 유지될 전망이다.
김호경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토지 및 주택 정책의 수행기관으로서 공공적인 기능과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정부의 통제를 감안할 때 사업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에도 주요사업인 댐 운영·관리 및 수도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매출액(연결)은 6조 3258억원으로, 4대강사업의 사업비를 매출액에 포함시킴에 따라 외형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는 등 수익기반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주요사업인 댐 운영·관리 및 수도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사업기반과 안정적인 수요를 가지고 있어 수익기반이 양호하다"며 "향후에도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업지위가 확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사업부문의 축소로 인해 수익성은 안정적인 수준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부의 출자기업으로서 정부의 높은 지원에 힘입어 우수한 재무융통성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최고 신용등급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법령 개정을 통해 공사가 수행하는 공익사업 관련 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제도화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1조3454억원, 2011년 7672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정부로부터의 재무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4166억원의 유상증자가 실시됐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0조 3항에 의거해 정부는 공사가 발행하는 사채의 원리금의 상환을 보증할 수 있어 공사에 대한 정부의 간접적인 재무적 지원가능성도 상존한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행하는 채권과 외국으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법적 근거로 명시된 지원 가능성은 신용도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국가 재정에서 보전함에 따라 정부의 직접적 지원에 기반한 공사의 신용도가 한층 제고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도 정부 지원 가능성에 근거한 채무상환능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은 안정적인 수익기조를 토대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지속해왔다. 최근 자체사업 확대 및 단지개발사업비 증가 등으로 차입부담이 증가했지만, 차입금 대부분이 정책자금, 원화 및 외화표시 사채 등 장기자금으로 구성돼 있어 기간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수자원공사법 제13조 제2항을 통해 공사 발행 사채에 대해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고 있는 등 법률에 의한 정부의 지원근거를 감안하면 공사의 재무융통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수자원공사의 영위사업에 대한 공공성과 국민경제적 중요성에 기반해 우수한 사업기반이 지속될 것"이라며 "법적 근거에 따른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 공사의 채무상환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력 저하와 정부의 정책 동향에 영향을 받는 점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009년까지 안정적인 토지 및 주택공급에 기반해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2005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산 매출은 8조원 수준이었으나, 수도권 신도시(화성 동탄, 성남 판교, 파주 운정 등), 세종시, 혁신도시 조성사업 등 국가정책에 기반한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에 따른 택지 및 주택매출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2009년 기준 약18 조원의 매출을 시현했고, 향후에도 신도시 및 보금자리사업 등 공급 확대정책 기조로 견조한 매출 규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토지 및 주택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업재조정 또는 연기를 통해 자금선투입 부담을 완화할 계획으로 당분간 토지 및 주택 공급량은 축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수자원 개발 및 관리사업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중장기적인 수급계획, 요금수준, 신규투자 참여 등의 주요 요소가 정부정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지속된 요금 동결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관리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2009년 9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가 확정되면서 8조원 규모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정책에 의해 수익성 및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이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