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하우스푸어, 벗어나기

입력 : 2012-10-25 오후 4:00:00
하우스푸어. 버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 용어가 유행어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성장만이 최선이던 시대가 남긴 비극을 겪고 있다.
 
하우스푸어는 가족과 편히 지낼 내 집 한 칸을 소망하는 소박한 꿈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기댄 욕심까지 어지럽게 덧입혀진 한국의 자화상이요, 상처다.
 
하우스푸어 탈출을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시라도 빨리 집 팔기. 매매대금으로 먼저 대출금을 갚고 남는 돈으로 살림규모를 줄여 다른 집을 구하는 것이다.
 
하우스푸어는 대출이자 상환조차 버거우면서도 집을 팔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정권이 바뀌면 그래도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에 빠져있는 것이 보통이다. 내 문제에서만큼은 현실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본전은 찾겠다는 생각도 판단을 주저하게 한다. 은행 이자율 7%, 아니, 기준금리 하락을 감안해 6% 수준으로 보고, 물가상승률 3%, 아니, 상황이 악화돼 5%나 그 이상으로도 뛸 수 있음을 고려하면 집값이 최소 10% 이상은 올라야 한다. 그러나 집값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매몰비용(sunk cost)에 매몰돼 시기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빚 내 산 집의 매매차익으로 더 큰 집으로 이사가는 시절은 다시 오기 힘들어 보인다.
 
부동산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는 말들이 많지만 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여전히 한국에서 부동산은 `투자`보다 `투기`라는 단어와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원론적으로 부동산이 훌륭한 투자 대상인 것은 사실이다. 노련한 주식투자자들이 손절매 타이밍을 고민하는 것처럼, 하우스푸어도 손절매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의 하우스푸어 지원 정책이 나오면 재빨리 동참하기.
 
첫째 탈출법의 즉시 실행이 여의치 않거나 좀더 견딜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 대책을 기다려볼 수도 있겠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아직 소극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세금을 투입할 정도의 비상대책을 강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일차적으로 은행과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해결할 문제이며 정부의 재정을 투입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우스푸어 문제를 탐욕에서 비롯된 개인의 불행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도 큰 사회문제가 되었고, 국민 주거복지 차원에서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각 대선 후보들은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대책으로 제시된 아이디어들을 보면,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서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주고 이를 원 소유자에세 재임대하는 방식의 `세일 앤 리스백(공적 매입후 임대)`, 하우스푸어가 은행에 집의 모든 권한을 넘기고 최장 5년까지 대출이자와 원금 대신 월세를 내며 사는 `트러스트 앤 리스백(신탁후 임대)` 등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개인의 주거 안정성 확보를 고려한 안으로 동참을 고려해볼 만하다.
 
새 내각이 꾸려지고, 집권자의 의지에 따라 하우스푸어 대책이 다른 어떤 경제정책보다 앞서 발표될 수도 있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수순이다. 역대 정권이 집권초기에 발표한 여러 정책들을 볼 때, 대책은 반드시 나온다고 본다.
 
두 해결책 모두 어려운 판단이 뒤따라야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하우스푸어 개인으로서는 내 집의 소유가 오히려 불행과 불안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결단이 필요한 때다. 정부도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애써 외면하지 말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김종화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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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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