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수출 목표치 '무난'"..환율하락 영향 3~6개월 시차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기업 52.6% 환율 피해

입력 : 2012-10-26 오후 3:36:5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해 정부가 세운 수출 목표치 달성은 물론 지난해 처음 기록한 무역 1조달러 재달성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25일에는 원·달러환율 1100원선마저 붕괴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제 없다며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출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채산성은 낮아지겠지만, 수출입 경쟁력에는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 수출 전선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판단이다.
 
◇환율, 13개월만에 1100원 붕괴.."연말까지 완만한 하락세 지속"
 
참여정부 시절 말 90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환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 1000원대로 올라섰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에는 1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 뒤 꾸준하게 하락하며 지난 25일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한 것은 무디스·피치·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대외 신인도가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늘었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 영향도 받았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심리가 커지면서 올해 108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예산안을 짤 때 환율 1070원을 전제했기 때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것. 현재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원화가치 상승..수출기업 '속앓이'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불러 일으켜 수출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1달러당 원화가 1100원이었다가 1000원으로 하락하면 그만큼 수출 기업의 수입이 줄어든다. 표면상으로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출량 자체가 줄지는 않는다.
 
이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채산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전년동월대비로 9월 수출된 공산품(-1.9%)과 휴대폰(-4.4%)의 채산성이 줄었다. 
   
환율 하락세로 국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은 이미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이 매출의 75~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000270)만해도 환율이 10원 내리면 매출액이 약 2000억원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1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원·달러환율 하락 추세에 따른 수출기업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52.6%가 환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보다 환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환율 하락에 따른 손익분기점은 달러당 1074원으로, 대기업 5원 더 높다. 그만큼 손실을 입을 위험이 더 크다.
 
◇정부 "환율 3~6개월 후 영항. 올해 수출 영향 '미미'"
 
실물경제를 전담하는 지식경제부는 환율 하락이 올 4분기 무역 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1조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하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수출 경쟁국인 일본·중국 등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환율 하락은 기업의 채산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수출입 경쟁력에는 3~6개월 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계산됐다.
 
올 들어 유럽발 경제위기와 미국·중국 등의 경제 위축으로 인한 세계 경기 불황 탓에 일찌감치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초 지경부는 올해 연간 수출이 7.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대외경제 침체를 반영해 3.5%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정부는 무역금융과 마케팅 등 1~2개월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초단기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은 7월 -8.8%, 8월 -6.2%, 9월 -1.6%로 수출 하락세가 완화되고 있다. 10월 수출 역시 0% 전후가 될 것으로 지경부는 전망하고 있다.
 
조영태 과장은 "점차 수출 감소폭이 줄고 있다"며 "경기가 나아지지는 않아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도 않아 금융 및 마케팅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면 올해 수출 목표치 달성은 문제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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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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