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수장학회,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이어 '투표시간 연장'이 대선 국면의 중심이슈로 떠올랐다.
범 야권 대선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공동전선을 형성,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안을 끌고 나온 야권은 박 후보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몰아붙였고, 여권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 고리로 투표시간 연장안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두 후보측은 전날 박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에 관해 "(그 문제는)여야가 잘 상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답하자, 이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29일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박 후보는 자신이 제3자인 것처럼, 거리를 둔 문제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 상당히 유감"이라며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해 주셨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만 해도 투표율 하락을 고심하다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면서 투표율이 10%포인트(p) 늘어났던 성공사례를 갖고 있다"며 "박 후보는 여당을 이끌고 있는 입장이다. 박 후보가 찬성이라면 새누리당 입장이 찬성이 되고 금방 합의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확대시켜나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국민들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안 후보가 우리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공동전선도 좋고, 공조 및 연대 등으로 함께 노력하는 것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앞서 전날에도 대전·세종·충남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최근 정치학회 조사를 보면 84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한 비율이 64.1%"라며 "밤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당으로 돌리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박 후보는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캠프 측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맹공에 동참했다.
안 캠프 측 박선숙 본부장은 이날 "지금의 투표시간은 40년간 유지되던 것"이라며 "박 후보는 '40년 동안 익숙한 건데 지금 바꿀 이유가 뭐가 있나'라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저희가 지금 하려는 것이 40년간 묵은 낡은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100%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박 후보는 100%의 국민들이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투표시간 연장에 동참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 후보 역시 전날 '투표시간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해 "1971년에 정해진 12시간 투표가 40년째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은 21세기인데 선거 시간은 70년대에 멈춰 있다"며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국민 기본권이라는 명분 아래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갈 것을 예상, 박 후보를 고립시킬 수 있는 정책 이슈라는 점이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 주장에 대해서는 "뜬금없는 주장이며,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세계적으로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임시 공휴일이기 때문에 사용자나 고용주를 강제할 수 없다면, 법정 공휴일로 바꾸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쇄신이라고 들고 나온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식으로 후보를 등록한 사람이 사퇴하거나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먼저 고치는 것이 쇄신을 달고 다니는 후보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보단장은 전날에도 "현재의 투표시간은 40여년간 아무 탈없이 진행됐고, 국민에게 익숙한 제도"라며 "현 제도에서 정권교체도 하고 제1당도 됐으면서, 대선을 50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뜬금없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이날 선거 투표시간 연장문제에 대해 "투표시간엔 한계를 둬야 한다"며 "(유권자) 편의 제공을 위해 투표시간을 임의로 늘려야 한다는 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 역시 "(투표)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주장"이라며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제시하지 말고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후보측은 투표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안 후보측은 오후 8시까지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과반 의석수를 확보한 새누리당은 여전히 '반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