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동네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수십년간 빵만을 연구, 발전시킨 우리가 (베이커리)점포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그럼 빵집하는 사람은 거기에 만족하고 확장시킬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이런식의 논리라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기업의 꿈은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생각도 하지 말라는 소리다"(A프랜차이즈)
정부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프랜차이즈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7일 개최한 '저성장 시대의 유통사업 발전 방향'학술대회에서 신건철 경희대 교수는 "매장 하나에서 시작해 중소·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맹 사업자가 가맹본부와 독립적으로 영업하는 별개 사업자라는 점에서 중기 적합업종이 오히려 소상공인인 가맹점 사업자의 보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 거래기준을 적용 받기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가맹본부는 성장억제로 인해 신상품 개발·브랜드력 강화·매장 후생관리·서비스 품질 향상·가맹점 교육 등 본연의 기능과 지원을 축소할 수 밖에 없어 개별 가맹점 사업자의 매출 감소와 폐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의 해외진출과 R&D 및 식품안전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 교수는 특히 해외 프랜차이즈 기업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의 맥도날드는 2011년 기준 전 세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810억 달러로 4위(2010년 기준 6위), 서브웨이가 143억 달러로 54위(2010년 기준 64위), 스타벅스가 119억 달러로 72위(2010년 기준 85위)를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가맹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장 의욕과 사기를 저하시키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품을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 몫이라는 점에서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소비자들의 선택 기회 제한 및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영세업체들은 질 낮은 재료를 혼합해 사용하거나 관리감독 인원의 부족으로 품질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스타벅스·맥도날드·피자헛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골목상권의 창의적 혁신, 자국 문화의 전파와 수출 증대에 기여하는 것처럼 국내 프랜차이즈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 과정이나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와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정책으로, 올초 상생법의 개정으로 법제화됐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과 경제적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