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자 수출기업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발표한 수출 목표치 달성에만 혈안이 돼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개월만에 1100원대가 붕괴됐다. 지난 25일 1098.20원, 26일 1097.00원, 29일 1095.80원으로 연속 하락하고 있다.
환율 하락에 기업들은 무방비 상태다. 정부가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대책으로 내놨으나, 키코와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소송 등을 간접 경험한 기업들은 환변동보험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올해 내세운 수출목표치 달성과 무역 1조달러 재달성에만 눈이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연말까지 수출대책 총 동원..환율 대책은 환변동보험 뿐
올 들어 유럽발 경제위기와 미국·중국 등의 경제 위축으로 인해 일찌감치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를 반영해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초 지식경제부는 올해 연간 수출이 7.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 7월에는 연간 수출 목표치를 3.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는 최근의 환율 하락은 정부의 수출 목표치 달성뿐 아니라 무역 1조달러 달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하락은 기업의 채산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수출입 경쟁력에는 3~6개월 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양을 위해 무역금융과 마케팅 등 1~2개월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초단기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환율 등락에 따른 기업들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정부가 환율의 등락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과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무역보험공사는 최근 환율 하락에 따라 환변동보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출기업들 환율하락에 '발동동'
.."손놨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기업들은 이미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1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원·달러환율 하락 추세에 따른 수출기업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52.6%가 환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1달러당 원화가 1100원이었다가 1000원으로 하락하면 그만큼 수출 기업의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출량 자체가 줄지는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오를 경우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휴대전화는 4.4%, 반도체는 0.7%, 자동차는 0.1%씩 채산성이 악화된다.
대기업보다 환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연구 결과, 중소기업의 환율 하락에 따른 손익분기점은 달러당 1074원으로 대기업 5원 더 높다. 그만큼 손실을 입을 위험이 더 큰 것이다.
시계부품을 수출하는 A업체 관계자는 "수출 주력 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토로했다.
특히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기업들은 환차손이 발생더라도 손해를 보면서 수출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수출대책으로 지원하고 있는 환변동보험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변동보험은 환율 인하로 인해 손해를 보는 부분은 보장받을 수 있지만, 환율이 오를 경우에는 오른만큼 기업이 환수해야한다.
키코사태를 겪은 몇몇 업체들은 환헤지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실제 가입 실적도 변변치 않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환변동보험 영업실적은 77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B기업 관계자는 "환변동보험으로 인해 무너진 기업을 실제로 봤기 때문에 환변동보험은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출을 독려하지만 말고 현재 수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환차손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